191001 뮤지컬 <헤드윅>
언젠가는 꼭 보려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뮤지컬 <헤드윅>을 민선이 덕분에 관람했다.
많은 사람들이 회전문을 돈다는 그 뮤지컬의 비결에 대한 호기심에 기대가 더 부풀었다.
내가 관람한 10월 1일의 헤드윅은 전동석 배우, 이츠학은 제이민 배우였다. 제이민 배우의 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서 라이브가 궁금했는데 마침 듣게 되어서 더 기대가 되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넘버였다. 밴드 사운드가 포크, 발라드, 펑크락까지 여러 장르를 아우르면서 공연내내 들려주는 넘버들은 멜로디는 헤드윅의 도도한 외면과 상처받은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해주었다. 특히 좋았던 넘버는 ‘Wig in a box’이다. 싱어롱 타이밍에도 따라 부른 곡인데, 과거를 떨쳐버리고 자신을 더욱 아낄줄 알게 된 헤드윅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었다. 다만, 홍익대아트센터의 음향은 아쉬웠다. 가사를 아는 사람은 다 알아 들었겠지만, 예습을 하지 못하고 갔던 나는 베이스 사운드가 격할 때 뭉개져버리는 가사가 아쉬웠다. 그나마 뒷자리에 앉은 편이라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격한 밴드 음악이 주된 뮤지컬로서 큰 단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의 흐름과 진행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관객이 얌전하게 앉아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반응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이 반응하면, 헤드윅의 역할에 온전히 몰입한 배우가 다시 반응하는 대사들도 재미있는 요소였다. 함께 환호하고 손도 흔들어주며 같이 즐기다보면, 어느 새 무대와 객석의 벽은 허물어지고 공연장 전체가 토미의 공연장 옆, 리버뷰 호텔이 된다. 콘서트처럼 넘버를 들으며 감정에 깊이 빠지는가 하면, 헤드윅의 잔망과 이츠학의 뜻밖의 매력에 현실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흐름이 이 뮤지컬이 가진 매력이었다.
처음 알게 된 ‘카워시’도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전통이다. 뮤지컬 중에 헤드윅이 통로석의 한 관객의 팔걸이에 올라가서 춤을 추길래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오리지널 뉴욕 공연에서부터 생긴 헤드윅의 전통이라고 한다. 춤추는 모습이 자동세차 기계가 차를 쓸어내리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Car wash’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알고 가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들면서 앞으로는 적당한 예습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보고 나와서도 신나는 넘버와 화려한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한 번 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매력적인 뮤지컬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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