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이미 귀로는 익히 들어본 작품이었다. 지방에 계신 우리 부모님도 추천해주실 정도로 이미 소문은 자자했다. 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괜히 남들이 많이 보는 작품은 보기 싫다는 반항심 때문이었는지 2019년이 되어서야 처음 관람을 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내가 왜 <빨래>는 미뤄두고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에 이르러서 보았기에 <빨래>의 대사와 넘버에 더욱 집중하고 공감하지 않았나 싶다. 어린 시절의 나는 드라마 속 서울의 옥탑방 야경에 대한 막연한 로망만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21살 성인이자 서울살이 2년 차, 서울에 대한 로망이 깨진 지 약 1년 차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빨래> 관람을 미뤘다는 말보다는 아껴두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 빨래
주인공들의 사건과 감정 사이에는 모두 빨래가 있다. 그 중에도 주인 할머니의 빨래는 나에게 더 큰 의미를 보여주었다. 딸이 살아있기에 자신이 빨래를 하고, 더러운 기저귀가 살아있다는 증거니 아무렇지 않다는 말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표현으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슬플 때 빨래를 해”
아무리 더러워지고 냄새나는 옷이라도 잘 빨아서 툭툭 털어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해진다. 더러웠던 흔적은 사라지고 기분 좋은 ‘사람 사는 냄새’만 남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너무 잘 비유된 것 같아서 잊을 수 없는 넘버였다. 더불어 주인 할머니의 인생사, 그리고 그 것을 담담히 받아내는 표현력과 합쳐져서 내 기준 최고의 장면으로 뽑았다. 할머니의 담담한 표정을 보고 있자면 나에게도 ‘그래도 이 것이 인생이거늘’하고 넘길 수 있는 연륜이 생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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