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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의 데뷔작인 <우리들>이라는 영화가 굉장히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다. 그가 4년 만에 새 영화인 <우리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곤 이번에는 직접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9월의 파랑을 업로드해야 했는데, 일정이 많아 공연을 보기에도, 전시를 보기에도 마땅히 시간이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독립영화를 보고 리뷰를 남기는 것도 여러 색을 낼 수 있겠다 싶어 9월 16일에 수업이 끝난 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BEHIND

- 영화 <우리집>은 상영관 수도, 상영 시간도 그렇게 많이 있진 않았다. 6시 수업을 끝내고 볼 수 있을 법한 저녁 시간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의 6시 55분 영화였다.

- 영화를 보러 간 날엔 사실 몸살감기가 걸린 상황이었다. 아침 8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서 날아온 후 6시까지 풀 수업이 있었기에 피로도가 하늘을 치솟았었다.

- 정말 아쉽게도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이 티켓 사진뿐이다. 광화문 씨네큐브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었고 <우리집>의 포스터도 찍고 싶었으나 제정신이 아니어서 허겁지겁 정말 영화만(!) 보고 나왔고 포스터도 소진됐었다. 대부분을 영화 스틸컷으로만 사진을 대체하게 되어 굉장히 아쉽다.

 

광화문 씨네큐브?

- 처음 가본 영화관이다. 외관으로는 찾기가 조금 어렵다. 여기저기 ‘씨네큐브’라는 표시는 있는데 정확히 어디라고는 나오지 않는다. 지도를 켜고 가면 보이는 건물의 지하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어디라고 잘 안 나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영화관의 첫 번째 특이한 점은 네이버로 예매하려 했을 시에는 당일 예매가 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그래서 조금 애를 먹었는데 씨네큐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매를 하면 당일 예매가 가능하다. (비회원 예매도 가능하다.)

- 영화관 내부로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다. 내 추측 상으로는 영화만을 집중해서 보기 위함인 것 같다. (영화 시간이 빠듯해 수업이 끝나고 계란을 사가 영화를 보며 먹으려 했던 나는 입구 앞에서 좌절했다,,는 후문이,,)

- 영화가 정시에 바로 시작된다. 광고 없이 바로 진행하기에 안내원이 몇 분 간격으로 입구 앞에서 말씀을 해주신다.

- 영화 시작 10분 후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이 부분도 참 신기한데, 이것도 영화를 집중해서 보게 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싶다. 인력 절감을 위해서도 있는 제도인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좋았던 점은 10분 후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진상이 없겠구나.’라고 안심하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 아래 내용부터는 영화 <우리집>에 대한 대략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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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인 하나의 숨소리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날 아침, 하나는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올려다보며, 또 그 사이에 짜증을 내며 지나치는 오빠를 보며 느리지만 거친 숨을 쉰다. 그러면서 계속 엄마와 아빠, 오빠에게 아침을 먹고 가라며 얘기한다. 그렇다. 하나는 아침상을 차려놓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아침을 먹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엄마는 하나에게 왜 아침상을 차려놓았느냐며, 그런 걸 내가 언제 시킨 적 있냐며 화를 낸다. 하나는 식사에 엄청 집착을 한다. 얼마나 많이 만들었으면 계란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다 할 줄 안다. 우연히 친구가 된 동생들인 유미와 유진이가 하나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 아주 행복해한다.

 

하나를 보면서 속상했던 건, 저렇게까지 무언가에 엄청난 집착을 보이는데, 아무도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하고 깨우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눈에는 하나가 심리적으로 아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는 하나의 이런 상태를 모른다. 그들은 항상 바쁘고 집에서 싸우기만 하며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준다. 중간중간에는 나는 아이 갖기 싫었다, 나는 이렇게 되기 싫었다, 당신도 아이 생겼을 때 안 좋아했지 않느냐 등의 아이들이 들어선 안 되는 말들을 한다. 거기에 반응하는 하나와 하나의 오빠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오빠는 역정을 내며 왜 낳았느냐 소리치지만 하나는 그 모습을 어떻게든 잠재우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하나는 가족과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하나의 기억에 있는 가족의 가장 화목했던 모습, 부모님이 싸우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때가 과거에 여행을 갔을 때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친구이자 동생인 유미와 유진은 하나가 사는 동네에 살지만, 매우 작고 허름한 곳에 둘이 산다. 가끔 삼촌이 돌보러 오지만 영화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부모님은 저 멀리 바다 근처의 호텔에서 일을 하셔서 연락도 잘 안 된다. 하나와 이들은 서로 그러한 가족의 부재 속에서 서로의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이 셋이서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작은 3명의 아이들이 서로를 챙기며 마트에 장도 보러 가고, 빨래를 하며 놀기도 하고 밥을 차려서 먹고 겁도 없이 유미와 유진의 부모가 있는 곳을 버스를 타고 간다.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버스가 언제 지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해변에서 길을 잃고 깜깜해질 즈음 그곳에 캠핑을 하러 온 부부를 발견했을 때이다. 여자는 만삭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출산에 임박했는지 아파한다. 이윽고 그 여자를 남자가 보살피며 차를 타고 떠난다. 이 모습을 아이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쳐다본다. 아무런 표정이 없이 그들을 쳐다만 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짠하기도 하고, 이 아이들의 부모도 저랬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참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하나는 결국 집을 하루 비우고 다음 날 집에 들어간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하나는 또다시 상을 차린다. 집에 들어온 부모와 오빠는 어디 갔었느냐, 실종 신고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소리치지만 하나는 웃으며 같이 얼른 밥을 먹자고 말한다. 하나는 알고 있다. 부모님이 곧 이혼을 하게 될 것을, 그래서 그 하나의 웃는 모습이 우는 모습으로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사실 부모가 전부이다. 친구들도 있지만 특히나 하나의 나이 또래에는 부모가 주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하나는 그 전부를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상을 차리고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닐까.

 

내 막내 남동생이 생각나 더욱 속상하기도 하고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아이들에겐 ‘우리집’뿐이다. 부모님의 이혼, 또 (위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사로 인해 각자의 ‘우리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아이들. 이를 담담하면서도 밝게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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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 유미가 진짜 진심 엄청나게 귀엽다. 아이들 특유의 땀으로 젖은 앞머리가 내 마음을 뒤집어버렸다,,,,

- 아이들이 노는 신(장 보기, 옥상에서 놀기, 오므라이스에 케첩으로 그림 그리기)은 연기로 안 보였다. 그냥 장난치는 걸 그대로 담은 것 같았다. 어떻게 찍고 디렉팅 했는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