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뮤지컬을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내가 사는 지역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 재빨리 예매해서 보러 간 경험이 있다. 그 후에 지금의 나이가 되어 다시 보러 가게 되어 굉장히 설렜다. 2-3년이 지난 지금 <빨래>는 어떤 부분이 더 변화를 하였는지, 사회가 변하고 내가 나이를 먹고 본 <빨래>는 또 어떤 느낌인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 ‘나영에게 방세를 받는 할머니에게는 사실 40살이 넘는 장애인 딸 둘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신을 처음 봤을 때 머리가 띵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볼 때도 그 신이 나오기 전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해서 굉장히 좋았다.

- 서점에서 벌어지는 얘기들이 나오는지라 베스트셀러 책을 소품들로 볼 수 있었다. 이전에 이 뮤지컬을 봤을 때는 책들을 집중적으로 보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번에는 며느라기’, ‘82년생 김지영등이 소품으로 활용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사회에서 여러 논란 아닌 논란들이(ㅎ) 있는 책들이 떡하니 걸려있어 솔직히 좀 좋았다.

- 동남아 여성들을 돈으로 사서 결혼을 시켜준다는 광고에 대한 신도 있었다.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참,, 답답함을 불러일으켰다. ‘나영이 그 광고를 보고 여자가 물건이야? 돈 주고 사가게?”라고 대사를 치는 부분이 통쾌했다.

- 이전에는 나영과 솔롱고의 사랑이 이루어져 혼인을 하고 마무리가 되는 설정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꽤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이번에 봤을 때에는 그 이후에 둘이 받게 될 따가운 편견적 시선들, 둘 사이에서 나올 아이가 받을 차별이 먼저 걱정되었다. 둘 다 돈도 없으면서 어쩌려고,, 뭐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현재의 내가 보는 시각에서의 서울과는 좀 다른, 조금 과거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도 이런 사람들이 어디에나 만연하게 있을까 궁금했다.

 

또다시 보러오고 싶다. 괜히 쉼없이 오픈런으로 달려오는 뮤지컬임에도 인기가 있고 수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한국 뮤지컬이 더욱 생겨났으면 좋겠다.

각각의 사람들, 어쩌면 소수자들이 받는 차별들과 경험들을 말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빨래를 하며 살아간다.’라는 얘기를 한다. 빨래를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귀여우면서도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