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나갔네요. 정말 뭘 했다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나가 버린 걸까요?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시간을 잡고 싶은 순간들이 한두 번 있는 게 아녜요. 특히 시험 기간처럼 바쁠 때나 좋아하는 공연이 왔을 때처럼 행복한 순간이 가득할 때는 조금만 천천히 흘러갔으면 싶은 생각이 든답니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이런 고민도 조금은 덜 할텐데요. 행복한 순간을 반복해서 만끽할 수도 있고 과거의 나에게 새로운 힌트를 알려줄 수도 있고요 (?) 여기 어느 날 과거에서 미래로 쿵-!하고 떨어진 한 사람이 있는데요. 이번 달 여러분께 전해드릴 공지사항은 두 사람의 특별한 시간여행 뮤지컬 <렛미플라이>입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뮤지컬 <렛미플라이>
🚀 Let Me Fly to the Moon
뮤지컬 <렛미플라이>는 2018년 우란이상 공연예술 개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후 2020년 우란문화재단 내부 리딩과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의 시간여행을 관객들에게 선사했습니다. 시놉시스를 잠깐 살펴 보면, 아폴로 11호가 달을 향해 쏘아 올려진 1969년의 밤 동네 최고의 수선장이 남원은 편지 한 통을 받으며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에 함 발짝 다가서게 됩니다. 이제 사랑하는 정분이와의 멋진 내일만을 꿈꾸고 있던 남원은 자신을 비추는 달이 점점 커지는 걸 보다 놀라 쓰러지고 눈을 떠보니 2020년 어느 날, 앞마당에 떨어져있다! 이 모든 게 믿기지 않는 남원 앞에 나타난 선희 할머니. 2020년이 낯선 듯 익숙한 남원이에게 어떻게든 사랑하는 정분이가 있는 1969년으로 돌아가기 위한 미래 탐사가 무대 위로 펼쳐집니다. 남원이는 무사히 정분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선희 할머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 We Choose to go to the moon
극 중 정분이가 꼭 들어야만 하는 라디오 연설이 있다며 남원이와 전파를 잡으려고 끙끙대는 모습이 나오죠. 지지직- 지지직- 힘들게 잡은 전파 속에서 존 케네디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다음은 1962년 9월 12일, 휴스턴에 달 착륙 프로젝트를 위한 나사 시설을 만들며 한 연설문 중 일부입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and do the other things,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because that goal will serve to organize and measure the best of our energies and skills, because that challenge is one that we are willing to accept, one we are unwilling to postpone, and one which we intend to win, and the others, too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모든 역량과 기술을 한데 모아 가늠해 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 도전이야말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며,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고,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설이 있고 약 7년 후, 우리는 정말 달로 가게 됩니다. ‘아폴로 11호’ 다들 들어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아폴로 11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착륙한 미국의 유인우주선입니다. 1969년 7월 20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며 첫 발자국을 찍었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 선장이 한 아주 멋~진 말도 있죠. 이로써 수천 년간 우리 인류에게 신화와 동경의 대상으로만 등장했던 달이 과학의 영역으로 한 걸음 성큼 다가오게 되었죠. 당시 우리나라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관심이 컸다고 합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생중계했던 조경철 박사는 아폴로 박사로 불리며 유명해져 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고, 달 착륙 해에는 많은 학생이 천문학과로 몰렸다고 합니다. 아마 달을 좋아했고, 그래서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고 나사에 들어가고 싶다 했던 정분이처럼 다들 자신만의 꿈을 갖고 지원했겠죠?
🧵 사랑한다면 내게 날개를 줘요
선희에게도 간절한 꿈이 있었듯이 남원이게도 소중했던 꿈이 있었는데요. 남원이는 동네의 유명한 수선장이로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남원이가 꿈에 한 발짝 다가가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바로 극 중 남원이는 국제복장학원에서 합격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이 당시 국제복장학원은 패션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던 개화기 시절인 1938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패션 전문 교육기관입니다. 설립 당시의 기관명은 ‘국제패션스쿨’이었고, 1960년에 ‘국제복장학원’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지금은 ‘국제패션디자인직업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입니다. 해당 교육기관 출신으로는 너무나도 유명하신 분들이죠. 故 앙드레김, 이상봉 디자이너, 박윤수 디자이너 등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남원이가 합격통지서를 들고 그대로 서울로 갔더라면, 전 세계를 주름잡는 추남원 디자이너가 되었을까요? 이런 상상을 자꾸 하게 되어서인지 노인 남원이 정분이를 위해 단 하나뿐인 나사 옷을 만들어주는 걸 볼 때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난답니다.
💭 이게 나의 우주였어
우주탐사,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21일 누리호(KSLV-II)가 발사되었죠. 지난 2010년부터 1조 9572억원을 들여 실시한 프로젝트로 한국의 두 번째 우주 발사체입니다. 나로호가 발사된다는 것을 뉴스로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몇 년 후 무사히 발사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괜히 렛미플라이 생각도 나서 뭉클해졌습니다. 누리호가 계속해서 성공하게 된다면 다음 목표는 바로 ‘달 탐사’라고 합니다! 정분이의 순수한 꿈과 조금은 다르지만, 실제로 달은 최근 희토류, 헬륨3 등 희귀자원들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고 알려져 각국의 우주 탐사 경쟁에서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27년까지 누리호를 총 4차례 쏘아올려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오는 8월 플로리다 케이프커네버럴 우주기지에서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발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31년엔 자체 발사체로 달 표면을 탐사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만약 8월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달에 착륙하게 된다면 한국은 7번째 달 탐사국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수 인력이라고 하는데요. 최근 우주 산업 종사자들이 한참 낮은 임금 수준과 시간외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숨이 막힌다며 열악한 처우 개선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어떤 것을 완성해내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들과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구성품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자주 드는 요즘인데요. 멀리 내다보고, 또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정부의 예산 지원과 우수 인력 모집이 전폭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포일러를 피하며 최대한 정보 위주의 글을 작성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못한 것 같네요. 너무 늦게 이 작품을 선택해서 공연은 이미 끝나버렸지만, 정말 따뜻하고 우리 일상 속 특별함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니 다음에 재연이 온다면 꼭 한 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공지사항은 여기까지고요. 대신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공연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공지사항'은 언제나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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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awa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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