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남기는 공지 같네요. '극소마취'에는 주마다 다루고 있는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1) 외계인과 우주인, 그리고 지구인

벌써 저의 ‘극소마취’가 3주차가 되었네요. 이번 주차에서 제가 소개할 ‘소’(소설)는 바로 정 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 입니다! 이 책은 이전에 소개한 책들과 달리 입소문을 듣고 사 게 된 책인데요. 입소문, 특히 제 주변에서 들리는 책들의 이름은 줄거리도 보지 않고 다짜고 짜 사는 버릇이 아직 안 고쳐졌나 봅니다! 책에 대한 줄거리를 일절 모른 채, 책을 읽어나가 기 시작하면서는 정말 정세랑 작가는 글을 잘 쓰는구나. 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항 상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느끼는 것이지만, 생각도 하지 못한 주제에 너무나 흡입력 있는 대사들이 저를 책 속의 세계로 빠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다양한 사랑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다가, 이제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 이야기까지 읽고 있는 저 자신이 너무 웃겼지만, 그들의 사랑이 너무 완벽해 보여서 읽는 내내 함박웃음을 입에서 뗄 수가 없었습니다. 외계인이라는 단어는 저희에게 자 칫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느껴, 이번 글을 쓸 때는 우주인이라는 단어로 바 꿔쓸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생각되니, 우주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 여러분의 인식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외계인이라는 단어를 자주 써보려 합니다.

 

나아가, 책을 읽다 보니 이전에 읽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소설도 비슷 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우주와 사랑. 정말 닮은 것이 없어 보이는 두 단어지만, 광활하고 절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선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2)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러브 스토리

 

책은 크게 네 가지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먼저 ‘한아와 지구인인 경민의 이야기’, ‘한아와 외계인인 경민의 이야기’, ‘한아와 유리의 이야기’, ‘주영과 아폴로의 이야기’ 이렇게 말이죠. 저번 주차에 소개했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한 챕터 의 이야기만을 뮤지컬로 만든다고 생각하며 ‘극소마취’를 진행하였는데요, 이번에는 세 가지 이야기를 네 명의 배우가 이끌어나가는 연극을 만든다고 생각하며 ‘극소마취’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이때 한 가지 빠진 이야기는 ‘주영과 아폴로의 이야기’인데요. 아무래도 연극의 특성 상 많은 배우가 등장하면 관객의 몰입도가 떨어질 것 같아 이야기를 줄이고 등장 배우도 줄이 는 방식을 생각했고 그래서 한아와 경민, 그리고 유리와 유리의 남편을 등장시키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한아와 외계인인 경민의 사랑 이야기, 우주 이야기에 집중하려 합니다.

 

초반의 사람인 경민과 사랑하던 한아를 비출 때는 삭막한 도시를 배경으로 무대가 진행되고, 이후에 외계인인 경민과 사랑하는 한아를 비출 때는 산에 올라가 야경을 자주 보고, 새로운 집을 얻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로 공간을 꾸미는 밝고 아름다운 배경으로 무대를 진 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아와 외계인인 경민이 산에 올라가 볼 야경과, 경민의 이야기 속 망원경이 보이는 아름다운 배경의 무대를 상상하며 만들어보았습니다. 실제 극을 올린다면 배경은 오롯이 아름다운 밤하늘만 보이고, 망원경은 무대에 실제로 올려놓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를 다룰 연극을 상상만 해보아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한아를 보고, 사랑에 빠진 외계인을 표현할 때는 경민 혼자 오르 막길 위에서 직접 한아를 바라보고, 이후에 함께 망원경으로 다양한 우주를 바라볼 때는 둘 다 오르막길 위에 올라가며 극이 진행되는 상상이 계속 꼬리를 물고 제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 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 극의 주인공들은 더욱더 친환경적인 지구를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있는 이 행성이 우주에서 소멸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의 이야기를 하며 지구 의 이야기도 하는 극이 될 수 있기에 저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에 집 중하는 마케팅 보다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에 집중하는 마케팅을 해야겠다는 상상도 했 습니다. 궁극적으로 한아를 사랑하고, 경민을 사랑하기에 그들이 살고있는 ‘지구’를 사랑하는 주인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유리와 한아의 깊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도 극 진행을 위해 필수적이기에, 이 둘이 극을 진행할 때는 이전의 삭막한 도시가 배경이 아닌, 이 제는 밝고 활기찬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싶기도 했고, 무대 소품들(특히 경민의 입에서 나오 는 녹색 빛, 한아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 만든 특별한 반지 등)의 다양한 디테일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완벽해질 때, 관객들이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좋은 극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3) 사랑, 사랑, 사랑


많은 책을 읽을수록 본질적인 사랑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너무나도 광활하고 완
벽히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 말이죠. 가족 간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그리고 식물을, 동물을, 우주를, 내가 관심이 있는 한 분야를 사랑하는 마음. 이 마음들이 모여 위태로운 행성이 아직도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다음 ‘극소마취’도 ‘지구에서 한아뿐’과 같이 입소문을 통해 제가 사게 된 한 권의 얇은 책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 상상이 여러분의 상상에 작은 불씨가 되었길 바라며, 이 글 을 읽은 모두 사랑하세요!

 

· 인스타 업로드 사진 출처 : 망원경 아이콘 제작자: Freepik - Fla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