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우주
이번 ‘극소마취’ 2주차에서 제가 소개할 ‘소’(소설)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입니다! 이 책 또한 ‘극소마취’에서 처음 소개한 ‘아몬드’처럼 표지에 이끌려 책을 사게 되었는데요.(표지가 매력적이라는 것이 꼭 책이 재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저는 항상 그렇게 산 책들이 성공했기에 이런 식으로 책을 자주 사는 편입니다!) 이후, 책이 도착하기 전 김초엽 작가에 대해 궁금한 점이 하나둘 생겨 작가님에 대해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작가님이 일반 작가들이 밟아오는 길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문과, 문창과가 아닌 포스텍의 화학과를 졸업한 것이 신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위 소설집에는 SF 소설들만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외에도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총 7편의 SF소설이 들어 있었는데요. 이 7편의 모든 소설이 저의 흥미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소설마다 제가 평소에 상상한 것 그 이상의 소재를 보여주고, 저에게 생각할 것들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태어나면서 아기가 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와 다른 존재와 어떻게 교류를 할 수 있을까?, 감정을 눈에 보이는 물질로 갖고 있으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 그래도 그것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일까?,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어떤 장단점이 생길까? 같은 질문들 말입니다.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되어 나의 우주가 조금은 더 넓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저 ‘좋았다.’, ‘재밌었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여타의 책들과 다른 신선한 접근을 할 수 있었어서 감사했습니다. :)
2)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1)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소설 여러 개를 묶어놓은 소설집입니다. 다양한 소설들이 각기 각색의 재미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모든 소설이 제 마음에 남았지만, 저는 이 중에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라는 소설을 극화해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너무나 상상이 가고, 이들의 성별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어 요즘 공연계에서 유행하는 ‘젠더프리 캐스팅’을 해도 좋을 것 같아 더욱 제가 극화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대를 상상하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소설이 55페이지로 매우 짧아 모든 장면을 다 극화하고 싶었으나 이 글이 매우 길어질 예정으로 인상 깊은 장면 몇 가지만 간추려서 여러분께 저만의 ‘극소’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첫 번째 장면은 ‘나’가 순례자들이 1년간의 순례를 마치고 이동선을 탄 뒤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는 장면입니다. 항상 순례를 떠나는 사람에 비해 돌아오는 사람이 적어 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던 ‘나’의 모습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죠. 특히 이날을 계기로 ‘나’가 마을을 떠나 지구로 간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는 장면 같아 보였습니다.
(순례자들이 돌아오는 무대를 상상하며 만들어보았습니다. 아직 미숙한 실력이지만, 지구에서 이동선을 타고 돌아오는 순례자를 기다리는 ‘나’와 소피의 모습, 뒤에 보이는 지구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음 장면은 소피와 ‘나’의 장면이 아닌 그 이전, 마을을 탄생시킨 릴리와 올리브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면입니다. 소피가 순례자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한 마을의 의문점들을 찾아내기 위해 금서 구역의 서가로 가고, 그곳에서 올리브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올리브도 마을 사람으로서 지구에 순례를 가며 올리브는 릴리가 지구의 인류들을 분열시켜 자신을 위해 지구밖에 온전한 새로운 마을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마을에 돌아오긴 했지만, 올리브는 지구로 다시 떠납니다. 저는 이 장면을 극화하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마을을 떠나 지구로 떠나는 마음이 어땠을까요? 올리브가 그때 느꼈을 것 같은 미안함, 불안함, 떨림을 BGM이나 넘버로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장면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제가 얘기한 ‘나’라는 사람의 이름을 밝히게 되는 순간입니다. 물론 책에서는 잠깐 ‘나’가 뒤뜰에 가 문지기에게 이름을 밝히는 장면이 있지만, 소설을 극화할 때 약간의 각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장면을 빼고 이후에 소피가 자신에게 쓴 ‘나’의 편지를 읽게 될 때 이름을 처음으로 밝히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이름은 불리는 것 자체로 자신을 상징하게 되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게 되죠. 그래서 소설의 끝에 소피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이름인 데이지를 밝히는 것이 매우 좋을 것 같았습니다. 왠지 데이지가 지구에 감으로써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게 된다는 느낌이 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극화를 할 때, 소피 역할의 배우가 편지를 읽으며 마지막으로 ‘데이지’라는 ‘나’의 이름을 밝혀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극장에 들어가기 전 관객들이 보던 캐스팅보드에는 그저 ‘나’라고 적혀있던 것이 ‘데이지’라고 바뀌며 극장 안에서 나온 모두가 데이지의 이름을 곱씹어보며 우리 주변에 있을 수도 있는 데이지를 응원해주기를 바랐습니다.
3) 저마다의 우주
이 책에도 7개의 우주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도 하나의 우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큰 우주 속에 저마다의 우주가 하나씩 있는 거죠. 여러분들의 우주는 평안하신가요? 제 우주는 가끔 위태로울 때가 있으나 어떻게 잘 버텨나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소피와 데이지가, 릴리와 올리브가 살고 있던 ‘마을’도 가끔 위태롭기도 하고, 잘 버티기도 하며 살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극소’ 또한 우주와 관련된 책으로 준비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우주에서 평안하게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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