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영감님] Ep. 4 도깨비와 인간은 친해질 수 없어
작 : 파랑
5장
S#.12 숙소
아픈 듯 누워 잠에 빠진 다은, 그 옆을 지키며 앉아있는 도깨비. 미안하기도 하고 복잡한 표정이다. 계속 가만있던 도깨비가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다은이 깨서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남기고 떠난다.
도깨비 난 네 이름을 아는데 너는 모르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내 이름은.. (고민하다 결국 말하지 않는다.)
(낮게 웃으며) 아니다. 도깨비 주제에 무슨 이름.
(표식을 다은의 머리맡에 놓는다.)
다은, 몸이 아픈 지 신음 소리를 낸다.
도깨비 (혼잣말) 많이 아픈가? 내가 이 아이를 아프게 한 건가?
다은 (잠이 깨서 도깨비를 잠시 흘겨보고는 놀려주려는 듯 자는 척을 한다.)
도깨비 괜히 어린애 데리고 놀러 다녀서 아프게 해버렸네.
나는 그냥 오랜만에 인간이랑 놀고 싶었을 뿐인데,
얘가 취업하는 비결도 모르고. 이게 거짓말인 걸 어떻게 밝혀야 하나?
다은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프게 해버렸다는 말은 뭐고 비결을 모른다는 말은?
도깨비 어.. 언제 깬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사실은..
다은 (말 끊으며) 지금까지 저 그냥 갖고 노신 거죠?
도깨비 다은아 내 말 좀 들어봐.
다은 순진하게 말 믿으니까 그냥 데리고 놀고 싶었던 거냐고요
도깨비, 입 다물고 반성의 자세를 취한다.
다은 아~ 뭐, 너는 이대로도 괜찮다. 앞으로 잘 될 거다.
그런 뻔한 이야기하시려고요? 됐으니까 그냥 나가세요.
저는 더 이상 할 얘기 없어요.
도깨비 나는 진심으로 널 도와주고 싶었어. 원하면 뭐라도 해줄게.
나 도술 부릴 수 있는 거 알잖아. 금도 만들..
다은 (말 끊으며) 됐으니까 나가라고요. 제발 나가요!!!!!!!!!!!!
S#.13 숙소 앞
도깨비 당황하며 밖으로 나가던 중 할머니와 마주친다.
할머니 또 여자 몸에 붙어 다닌다 했더구만 결국 사달을 냈구먼.
도깨비 그러려고 한 거 아니야.
할머니 네가 옆에 붙어먹을수록 더 힘들어지는 거 보고도 또 그려?
정적
도깨비 할미가 쟤 좀 잘 챙겨줘.
할머니 일단 가기나 혀. 당분간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고.
울다 지쳐 쓰러진 다은, 바깥에서 할머니가 문을 두드린다.
S#.14 숙소
할머니 학생, 안에 있는감? 내가 좀 들어가도 되나?
다은 무슨 일이세요?
할머니 안쪽이 시끄러운 것 같어서 뭔 일 있나 해서 왔제, 전해줄 말도 있고.
다은이 문을 열어준다.
할머니 학생….. 무슨 일 있었지? 천천히 말해봐
다은 별일 아니에요.. 신경 안 쓰셔도 괜찮아요. 많이 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
할머니 (뜸 들이며) 도깨비 만난 거제? 문고리에 말 피를 좀 묻혀 놨어.
그거 때문에 도깨비는 이 방에 오지 못할 테니 걱정 말어.
다은 (깜짝 놀라며) 네, 말 피요...? 할머니도 도깨비를 알고 계세요? 보신 거예요?
할머니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 내가 딱 봤어.
아마 학생 조상 대대로 도깨비와 연줄이 이어져오고 있겠구먼.
그게 딱 학생에게 발현된 거고. 이걸 어쩐담.
다은 네? 도깨비랑 연줄이요? 들어본 적은 없는데..
할머니 아마 물어보면 있을 게다. 요즘엔 도깨비도 찾기 어려워서 인연이 뜸 혀.
다은 (겁에 질려) 도깨비에 관해 무언가 알고 계신 거죠?
도깨비에 관해 아시는 거 있으면 전부 말씀해 주세요.
할머니 60년 전에도 이 마을에서 너처럼 도깨비를 본 처자가 있었어.
요 앞 바다에서 물질하던 처자였는데 어린 나이에 남편 잃고 혼자 살다가
너처럼 도깨비를 만났다지.
단지 도깨비 마음에 들어 잠시 옆에 붙어 있었는디,
몇 달은 못 먹은 사람처럼 비실댔지.
충격받은 다은, 정적이 흐른 후 대화를 이어간다.
다은 아, 그게 그런 말이었구나... 도깨비가 저를 아프게 한 거라고 했어요.
저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할머니 이미 도깨비와 인연을 맺은 이상 도깨비는 네 주변을 맴돌게 되어있어.
그럼 학생은 계속 아플 거고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거야.
다은 그럼 저.. 이대로 죽나요? 그 해녀분은 어떻게 되셨어요?
할머니 죽지는 않았으니 큰 걱정 말어. 도깨비를 떼어내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한디..
그 처자 이후로 하지를 않아서 말이여.
다은 그게 뭐가 되었든 해주세요.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할머니 일단 아프니까 몸부터 추스르고 내일부터 준비해보자꾸나.
잠을 잘 자 둬야 뭘 하든 간에 제대로 할 수 있어. 그니께 잠부터 푹 자야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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