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영감님] Ep. 3 산자와 죽은자의 약속
작 : 파랑
3장
다은 그럼 당연히 보이죠.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보네.
도깨비 (흥분한 목소리로) 너 진짜 내가 보인다는 거야?
아, 이게 정말 얼마 만이야! 내가 사람이랑 말을 하다니.
(호들갑 떨면서 웃다가) 아, 근데 나는 사람이 아니라 ~
(귓속말하듯) 혹시 일곱 형제 도깨비라고 들어봤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다스리고 있는 바로 그 도깨비 형제!
(신이 난 상태로) 이 몸이 바로 그중에서도 제일 인물 좋고 훤칠하고
성격도 좋은 막내 도깨비란 말이다. 하하하!
다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깨비는 무슨…
네가 도깨비면 나도 도깨비다.
다은, 가게를 둘러보다 빈자리를 발견하고 자리를 옮긴다.
도깨비 (주인공이 앉았던 자리를 쳐다보며) 어때! 멋있지! 멋있지!
(웃음을 멈추고) 뭐야. 야! 이다은! 어디 가!
다은 이다은? (뒤돌아서서 놀란 표정으로) 내…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아요?
도깨비 이름 이다은. 나이는 25살. 며칠 전까지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음.
물론 현재는 백수. 대학교 전공은 경영학이고.
다은 뭐야… 내 뒷조사까지 한 거야? 당신 혹시 스토커야?
(소리를 지를 태세로) 여기 스토…!
도깨비 (급하게 주인공 앞으로 가서 검지를 입에 갖다 대며) 쉿! 그런 거 아니야.
나! 도깨비라고. 도깨비!
다은 도깨비는 무슨.
(드라마 속 주인공을 떠올리며) 제가 아는 도깨비는 이렇게 안 생겼거든요?
도깨비 오! 너 도깨비를 알아? 역시 그냥 인물이 아니었어!!
너 오늘부터 나랑 같이 놀아줘야겠다!
다은 그게 무슨 소리예요.
도깨비 아~ 거래 비슷한 걸 하자는 거지. 내가 취업 성공하는 비법을 알려줄게.
대신 지금부터 나랑 갈 곳이 있어. 저기 한라산도 올라가고, 올레길도 걷고
맞다 맞다 바다도 가야지. 이곳저곳 경치 좋은 곳 구경하려면 시간이 모자라!
다은 지금 사람 놀려요?!
도깨비 (얼굴을 들이밀며) 나를 본 사람은 몇백 년 만에 네가 처음이란 말이야.
아 좀 같이 놀아주라~ 나 진짜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
다은 아니 제가 뭘 믿고 그쪽을 따라가냐고요.
도깨비 아 정말~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이 몸이 바로 도깨비라고.
(영 내키지는 않는다는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 올리며) 내가 이 방법까지는
안 쓰려고 했는데. 잘 봐.
도깨비, 손짓 한 번에 없던 음식이 생기기도 하고, 눈 깜짝할 새에 자리를 이동하기도 하며 이리저리 요술을 부리기 시작한다. 다은은 하찮은 소리를 들은 듯 음식만 집어 먹다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이 젓가락을 떨어뜨린 채 입만 벌리고 있다.
다은 으악!!! 뭐… 뭐야
도깨비 (부채를 탁 접으며) 이제 좀 믿어지시나?
(헛기침하며) 내가 이런 몸이라 이거야.
다은 (흥미가 생긴 듯 신이 난 목소리로) 방금 어떻게 한 거예요?
도깨비 몇 번을 말해. 나 도.깨.비라니까.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고 ~
어때 이제 생각이 바뀌었나?
다은 (혼잣말로) 저 사람… 아니 저 도깨비랑 다니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거지?
(샐쭉 웃으며) 드디어 내 인생에도 볕 들 날이 오는 건가?
도깨비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그럼 잘 부탁하네. 친구 ~
다은 (바지에 손을 닦으며)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도깨비님!
도깨비 뭔 도깨비님이야 ~ 그냥 영감님이라고 불러~
다은 네 영감님!!
도깨비와 다은, 어깨동무를 한 채 주막을 빠져나가고,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손님 1 (주인공이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다) 자네 들었수과? (자네 들었어?)
저 비바리는 시방 누게영 그추룩 이왁 햄시냐?
(저 처녀는 누구랑 그렇게 얘기를 하나?)
손님 2 (제주도 사투리로) 몰러~ 도채비니 뭐니.
아까부터 매냥 저러고 이신디 어디 단단히 뱅든 거 아녀? (혀를 찬다)
(아까부터 마냥 저러고 있는데 어디 단단히 아픈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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