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영화 <봄날은 간다>의 사운드 특성 분석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특유의 미장센으로 유명한데, 본인이 인상 깊게 본 그의 영화 중 <봄날은 간다>를 사운드의 측면에서 분석해보려고 한다. 도입부에 해당하는 초반 약 12분과 결말에 해당하는 약 11분을 중심으로 어떤 특징이 돋보이는지, 따라서 이것이 영화의 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본 글은 <영화 사운드의 이해>에 수록된 각종 개념을 토대로 작성하였다.
첫 번째 쇼트에서 상우가 화면에 등장하기 전 외화면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리는데, 이를 통해 프레임을 확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상우가 화면에서 눈을 밟으며 집을 나서면서 화면에서 나가도 눈을 밟는 소리는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오프사운드를 통해 프레임 너머의 공간감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전조음의 사용을 들 수 있다. 첫 번째 씬에서 두 번째 씬의 첫 쇼트인 수색역으로 화면이 전환되기 전부터 기차의 경적 소리가 먼저 등장한다. 또, 대숲에서도 전조음으로 오리지널 스코어 음악의 단 두개의 음이 먼저 등장하고 화면이 전환되기도 한다. 이런 식의 전조음은 결말 부분에서도 또 한 번 등장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메인 테마 음악이 여러 개의 쇼트를 걸쳐 지속되면서 연속성을 강화한다. 특히 음향 기기를 비춘 채 해당 장치를 통해 재생된 은수의 노래(Plaiser D’amour)는 화면이 전환되어도 지속되며 갈대밭을 걸어가고 있는 상우의 모습이 등장하고, 이후 곧바로 메인 테마 음악이 다음 마디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통해 인상적인 엔딩을 장식하고 있었다.
한편 다양한 효과음의 사용이 두드러졌는데, 차 소리,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핸드폰 버튼 누르는 소리, 라디오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등 현실성을 높이는 기능을 하였다. 특히 결말에서 할머니가 길을 나서기 전 옷고름을 만질 때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린 것은 정말 할머니가 우리의 바로 앞에서 옷을 다듬는 듯한 느낌을 주어 몰입을 높였다. 또한, 마지막에 상우와 은수의 재회에서 상우가 걷는 속도를 은수에게 맞춰주지 않자 은수가 재빨리 걸어가며 나는 신발 소리는 다급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것은 앰비언스라고 할 수 있다. 폴리아티스트인 상우의 직업을 고증하기 위해 각종 음향기기가 등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들이 찾은 장소인 대숲이나 물가 등에서의 소리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매우 생생하게 재생된다. 이를 통해 관객이 정말이지 그 장소에 그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상우에게 은수가, 은수에게 상우가 함께 다닌 공간들에서의 소리를 들으면 서로가 기억나듯이 우리에게도 자연의 소리를 듣는 순간 자연적으로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오프사운드의 활용, 전조음의 사용, 오리지널 스코어와 메인 테마 음악의 활용, 다양한 효과음과 생생한 앰비언스까지 사운드가 영화 전반에서 적재적소에 활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멜로 드라마라는 영화의 장르와 주인공의 직업적 특성에 맞게끔 사운드를 활용함으로써 몰입을 강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 알아보기
+ 이 영화에서 유명한 음악이 김윤아의 솔로 1집 타이틀이기도 한 ‘봄날은 간다’이긴 하지만, 그 외 앨범에 수록된 다른 트랙도 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 실제로 동시녹음을 담당했던 이병하 동시녹음기사가 상우가 수음하는 자연의 소리(파도 소리, 눈 오는 소리, 갈대밭 소리 등) 역시 그가 수음한 것이다. 이병하 기사는 쉬리, 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마더 등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동시녹음기사로, 대종상 음향기술상까지 수상한 경력이 있다. 실제 촬영 당시 이병하 기사는 영화 촬영을 위해 유지태와 함께 전국으로 녹음 여행을 다니거나 유지태를 작업실로 불러 장비에 선을 연결하는 법도 가르쳤다고 한다.
+ 이동진 평론가가 별점 5점을 준 영화. ‘허진호와 이영애와 유지태, 그들 각자의 최고작’이라는 한줄평을 남겼다. 그의 최고 점수를 받은 몇 안되는 한국 멜로 영화 중 하나로 근 30년간 한국 멜로 영화 중 최고라고 평했다고 한다.
+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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