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가 건네는 메시지에 대해
영화의 스토리가 지니고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되면 어떨까라는 발상으로 시작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듯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200 달러를 지불하고 15 분 간 존 말코비치가 되기를 기다린다. 이는 현실에서 이 영화를 보는 나에게도 꽤나 매력적인 제안이다. 우리 누구나 나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니 말이다. 포탈을 통해 자신의 세계로 사람들이 들어오려는 것을 막는 존 말코비치의 반응도 당연하고, 타자의 몸에 들어가기 위해 모여 있는 레스터 박사의 일당들의 심리도 쉽게 공감이 간다. 누군가 조종하는 삶이 아닌, 온전히 나의 의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싶어하는 것, 그리고 영원히 살고자 하는 마음 모두 역시 우리가 바라는 것이니 말이다.
존 말코비치가 ‘존 말코비치’로 존재하고 싶어 해도 ‘크레이그’가 그를 조종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우리는 누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지, 의식이 없이는 판단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이 영화가 건네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타인으로 살아보고 싶은 심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본래의 나로 존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일까. 고전적이지 않은 인간상의 인물들로 시작해 예상을 뒤엎으며 쫀쫀하게 전개되는 플롯을 가진 흡인력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나는 이 이상으로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몰입해서 고민을 펼쳐내지는 못했다.
2. 취향을 저격하는 영화에 대해
우선 나는 보다 정의롭거나 윤리적인 인간상이 등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윤리적인 인간상이라고는 존 말코비치 정도인 듯한데-진실을 알고 싶다고 하는 그의 말에서 느껴졌다- 그 외의 대부분의 인물이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더욱이 크레이그의 맥신에 대한 감정과 그것을 둘러싼 것들이 사회에서 통속적으로 윤리적이라고 일컬어지지는 않기에, 나는 이러한 지점에서부터 그다지 공감이 가질 않았고, 그래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감명받지 못했다.
또한, 나는 영화를 볼 때 기괴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장면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다소 예측할 수 있는 전개여야 영화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에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고, 그때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다른 요소들을 눈 여겨 봄으로써 영화를 받아들이곤 했다. 이런 지점에서 본 영화는 거듭 새로운 정보를 통해 관람을 하는 나를 꽤 피곤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급급해 한 것 같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향에 들어맞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진 매력도 분명 있다. 매력으로 나는 편집과 사운드를 비롯한 미장센을 언급하고 싶다. 포탈로 가는 문이 열렸을 때 들리는 소리나, 포탈 안에서 사운드의 배치는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로 존 말코비치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한다. 긴박 돋는 장면에서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라든지, 크레이그가 사는 집의 분위기와 소품들, 그리고 빌딩에서 7 과 2 분의 1 층이 갖는 층고와 색감 등은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보여졌던 인형극과 그것을 마치고 땀을 닦으며 맥주를 마시던 크레이그의 모습까지, 이 짧은 시퀀스만으로도 이 영화에 매우 몰입해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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