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20 @문화비축기지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은 올해로 23살을 맞이한, 자유롭고 주체적인 예술가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8월13~23일 페스티벌이 열리되 17~19일은 공연이 없고(각종 포럼은 열리고 있다), 23일 이후인 24일부터 31일까지는 온라인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애초에 프린지는 공연(이라고 편의상 이야기하겠다)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없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지원한 모든 아티스트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홍대앞에서 진행되기도 했던 핫했던 시절의 프린지는 수백 팀의 공연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그렇게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검열 받지 않은 모든 사람들의 작업들이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사실 나는 요즘 이곳의 자원활동가, 인디스트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우연히 이곳이 공연을 초대 받아 보러 왔다가, 분위기도 너무 좋고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여서 홀린듯 올해 지원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맡게 된 팀은 예술가지원팀으로, 아티스트와 관객을 잇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관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객석 관리, 입장 안내, 공연 홍보, 본부 연락 등의 업무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막 첫 주차의 활동을 마친 만큼 아주 따끈한 소감을 적어보자면 인디스트 활동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케줄을 스탭이 짜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날짜에 신청을 해서 그 날에 나오는 것이고, 맡고 싶은 공연도 상의를 통해 소통해서 정한다. 이 모든 과정들이 틀에 박혀서 시키는 일만 하던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뭔가 정해진 게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내가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꽤나 능동적인 태도와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력. 야외에서 진행되는 탓에 무더위 또는 비로 인한 습기 등 날씨로 인한 제약이 크다. 그리고 그 광활한 문화비축기지를 뛰어다니기 위해선 체력이 있어야 함을, 나는 체력이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것들을 절실히 느꼈다.

 

내가 일했던 14일과 15일(금, 토)에 관람했던 공연과 그에 대한 소감은 다음과 같다. 

 

소동 X 스튜디오BESISI <산다는 게>: 우연히 갑자기 합류해서 보게 된 공연.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서 빠져들었다. 살 집을 구하러 다니는 '하나'가 산다는 게 뭐라고 푸념을 했다가 '산다'라는 게와 '거북이' 공인중개사, 직장인 아저씨 '넙치/가자미', '뱀'을 만나는 이야기. 너무 공감가는 이야기였고 마지막에 어느 쪽으로 가든 다 괜찮을 거란 그 말이 가장 와닿았다.

김슬범 <거리의 가수 김슬범>: 잔잔하게 두 시간 동안 기타 한 대로 노래를 부르신다. 멍하니 앉아 듣는 두 시간의 버스킹 타임. 90년대 가요부터 팝송, 자작곡까지, 시간이 훌쩍 간다.

매머드머메이드 <열역학적2020년8월의죽음>: 1인극. 2014년부터 본 페스티벌에 참여해오신 분의 연륜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코로나 시국 관련 이야기도 했다가, 전날에 프린지에서 본 작품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보여주신다. 이 방식이 참 새롭고 재밌다고 느꼈다. 그리고 혼자서 극을 이끌어가려는 힘도. 13일의 공연은 아무것도 안 봤는데 다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금 <히피&사이키델릭>: 프린지살롱에서 이어지는 디제이 타임. 그냥 신나게 즐기면 된다. 처음 맡은 공연이었는데 할 일이 생각보다 없어 제대로 일을 했나 싶어서 아쉬웠다.

프로젝트 사공오 <넌 그게 문제야>: 15일에 인디스트로써 맡았던 공연. 낭독극으로, 모녀가 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대화는 산으로 흘러간다. 방식이 신선하게 풀어내는 건 아니어도 독특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의 다음 행동이 궁금해져서 재밌게 봤다. 물론 땀도 뻘뻘 흘렸는데 이걸 나는 여름의 프린지를 물씬 느꼈다고 하고 싶다.

의미 <세자매>: 우연하게 보게 된 공연. 내 취향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매머드머메이드 님의 공연에서 본 작품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보고 나니 이해가 갔다. 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경기가 진행중이었는데 두 사람이 크게 소리치다 절정에 다다랐을 때 공간을 가르는 거대한 소리(골을 넣은 모양)가 절묘한 타이밍에 울려서 깜짝 놀랐더랬다.

민수민정 <어서오세요, 아름다운 나그네여.>: 우리 팀 스탭분인 엠케이 님이 사운드로 참여하신 작품. 작품 자체만의 몽환적인 분위기나 오프닝과 엔딩의 음악, 민정 님의 목소리, 빔 프로젝터로 쏘이는 이미지들이 어우러져서 여름밤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세 번의 프린지 인디스트로써의 활동이 남아있다. 남은 활동과 아티스트들의 공연들이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