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Space : 연극>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7/16 오후 8시 관람

 

평소 좋아하던 분들인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의 공연을 보고 왔다. 혼자 보러 갈까 하다, 내 취향의 작품을 친한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평소 함께 연극을 자주 보러 다니는 친구와 함께 가게 되었다.

 

 

도착하니 이렇게 포스터와 문진표, 티켓, 엽서가 있었다. 체온을 측정해서 적고 안내를 받았는데 이때 좌석을 선택했다. 7석으로 운영되는 공연인데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하다 그냥 마음에 드는 숫자로 뽑았다.

 

사실 체온을 측정하고 안내를 해주신 분이 이 집단의 연출님이신데 사실 두 차례 공연을 관람한 적 있고 공연장 알바 할 때도 본 적이 있어서 내적 친밀감 맥스 .... 였다. 그리고 시작 10분 전부터 입장하는데 그때까지도 나와 친구만 도착해 있어서 우리 두 명만 관람하는 건 아니겠지, 하며 매우 프라이빗한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괜한 걱정이었지!)

 

그리고 이렇게 작은 극장에서 보는 것이 오랜만이었는데 사실 작품을 예매하는 것 자체가 집단의 SNS를 보지 않고서는 공연 사실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연을 보고 나와서 친구도 내가 아니었다면 이런 걸 보기 힘들었을 거란 얘길 해줬다. 새삼 뭔가 내가 '마니아'가 된 거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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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만 보면 우주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 같은 느낌을 연상케 하는데, 자세히 보면 공연장의 구조인 거 같기도 하다. 그림에 보면 중앙에  7개의 좌석이 그려져 있는데 엽서를 보면서 여기에 우리가 앉게 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입장해서 앉는 곳은 무대 위가 아닌 R-2-3 같이 번호가 적혀있는 까만색 방석(?)이 있는 곳이다. 

사실 위의 두 개의 사진이 공연 후 찍은 사진들이라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겠지만, 공연 중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 좌석들에 앉게 된다. 몹시 관객 참여형 연극!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는 방식도 재미있는 것이 배우와 도킹(손가락을 맞닿게 된다)한 다음 그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가 좌석에 앉게 된다. 이것이 관객이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의 참여 형태는 아니지만 관객들을 공연 중 움직이게 하고 무대 위로 끌어들이는 방식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겪어보는 참여 방식이라는 점에서 부끄럽긴 했지만 많은 순간들을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관객참여적인 연극 <Space : 연극>은 단 일곱 개의 좌석으로 구성되어 있고, 작은 규모인 만큼 공연장 자체도 비좁기 때문에 큐를 재생하는 클릭 소리가 생생히 들릴 정도다. 나는 이것이 거슬린다기 보다는 밀집력 있게 모여 있는 그 장소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그동안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의 작품을 봐오면서 무얼 생각하고 오기 보다 마음 편히 와서 그들의 텍스트와 전개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확실하게 감동을 당할 수 있어서(!) 이번에도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왔고, 역시 취향저격을 당하고 나왔더랬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Space : 연극>은 '우주'라는 소재를 통해 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시작할 때 무대 중앙에 위치한 망원경을 보면 우주에 대해 탐험, 탐색, 생각하는 듯하지만 모든 내용이 곧 '연극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로 모아진다. 망원경이 아닌 수동 조명을 활용한 것으로 보였는데, 이 장치는 배우를 비추기도 하고 관객을 비추기도 하며 다양하게 기능한다.

나는 작품을 보면서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호소하는 연극의 존재 이유가 몹시 절절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관객 혹은 기획자의 관점에서 예술인들을 바라보기에 표면적으로 알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발화를 통해서 예술인들의 솔직한 심정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리고 정말 그들이 연극을 사랑하는 진심이 와닿아서 매우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

 

 

모쪼록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큰 타격을 입은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의 작품을 세 번째 보는 입장에서 그리고 작년부터 올해까지 다양한 연극을 관람해 오면서 이제 어느정도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작품을 기대하며, 리뷰를 마친다.

 

 



 

작품 예매 링크 https://www.playticket.co.kr/m/nav/detail.html?idx=1131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reative_i_am_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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