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 @대림미술관

오랜만에 대림미술관에서 전시를 봤다. 제목은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로, 개막 전부터 구찌와의 콜라보로 이슈를 끌었던 전시였다. 티켓 값은 6천 원이었고, 시간대별로 예약을 받아 한시 반으로 예약하고 방문했다.

미술관에 가면 먼저 문진표 작성과 체온 측정을 하고, 티켓을 수령한 뒤 시간에 맞춰 입장할 수 있다. 입장할 때는 소독약이 뿜어져 나오고, 티켓 수령할 때 받은 장갑 또한 착용해야 한다. 

 

0123

 

전시를 보며 찍은 것들. 인상적인 작품이나 설명 등을 중점적으로, 기억해두려고 찍는 편이라 남겨둔 사진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예술로 찢었다', '만지면 죽는다' 같은 재치있는 텍스트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한 섹션의 경우 작품들에 값을 매겨 진열한 디스플레이 방식이 유쾌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대안공간들을 모아,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취지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공간별로 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수강했던 <전시기획> 수업의 교수님께서 운영하는 공간인 d/p도 함께 해서 괜히 뿌듯했달까(?).. d/p의 작품 또한 인체의 새로운 지점을 탐구하는 작업이어서 조금 기괴할 수 있어도 2층에서 본 작업 중 가장 잘 와닿았던 게 기억이 난다.

 

구찌의 앰배서더인 카이와 아이유가 전시를 둘러보는 영상. 미술관 내부 전시된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구찌와의 협력이라는 것 자체에서 기대를 잔뜩 하고 갔는데, 내가 기대한 것과는 다른 맥락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당황했더랬다. 무엇보다 대안공간을 통해 한국미술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는 좋지만, 그걸 왜 (사립미술관 중 인지도가 상당한)대림미술관에서 (명품 브랜드)구찌가 해야 하는지는 당위성을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에게 훌륭한 평을 받고 있다면 그건 내 지식이 짧은 탓...

 

그리고 무엇보다 복잡한 층위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 많았으며 당시 나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였는지 자꾸만 스킵하게 됐다. 결국 생각보다 빠르게 관람하고 나왔던 게 기억이 난다.

 

사회의 다양한 쟁점에 반론/의문을 제기하는 알겠는데, 비교적 미술을 애호하는 사람들보다는 일반 대중이 더 많이 오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미술관에 방문한 이들이 이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각자의 공간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모여 빚어낸 그림. 이 측면만을 생각한다면 비교적 뚜렷하게 보여지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왜 이곳에서 열려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던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