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온라인 상영회로 연극 <페스트>를 관람했다. 연극 <페스트>는 지난 1차 상영회 때에도 24시간 업로드 되어 있었는데, 앞부분만 조금 보고 경황이 없어 미루다가 결국 2차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연극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주요 줄거리에 대한 소개는 시놉시스로 대체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어느 섬, 의사 리유는 진찰실을 나서다가 피를 토하고 죽어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한다. 그 수는 급격히 늘어 며칠 만에 수만 마리의 죽은 쥐가 섬을 뒤덮는다. 사태는 점점 심각해져 사람들도 비슷한 증세의 열병을 앓으며 죽어가고, 도지사의 명령으로 시민들은 섬에 고립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좋았다. 극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와 그 속에 담긴 메세지, 주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음악과 무대까지!

극 특유의 분위기는 실제로 가서 봤더라면 정말 숨이 꽉 막히고 압도되어 지끈거리는 머리로 극장을 나와 걸어갔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속에 담긴 메세지라고 한다면 무척 시의성 있는 소재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삶에 관해 성찰하게 해주는 연극이 지닌 특유의 장점과 매력을 역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주요 배우들 중에서도 의사 역할 두 분의 연기 또한 좋았고, 그 외에 피아노를 치는 인물과 거래하는 사기꾼 같은 역할 두 캐릭터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의 죽음이 충격적이어서 강렬하게 남은 것일지도.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봄이 왔음에도 죽음을 맞이한 그 서사는 참 슬프고 먹먹했다.

한편 커튼, 수조, 피아노, 계단 구조 무대 등을 잘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만들고 보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무대 위에 적절한 소품과 도구, 구조를 배치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잘 활용된 작품을 보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 캐릭터가 피아노를 치면서 배경음악이 깔리는 장면들이 있는데 해당 인물의 배우가 직접 연주를 하는 듯했고 그 때 사용된 음악이 너무 좋아서 내가 공연을 한다면 활용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19라는 이 시국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고, 원작은 한국이 아니지만 배우들의 대사 등에서 한국의 상황으로 각색/설정된 지점들이 있었다. 곱씹고 싶은 대사들도 많았고 몇몇 장면에선 눈물이 고이기도 했으며 기억해두고 싶은 순간순간도 있었다. 이 작품을 실제로 보러 갔었다면 나는 회전문을 돌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연극 실황을 이렇게 꼼꼼히 본 것도 처음인데, 연극보다는 영화를 볼 때 눈물을 흘리는 횟수가 많은 나로썬 연극을 영상으로 보면서 눈물이 흘러서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집중하며 보기-느슨하게 보기를 반복하면서 이렇게도 몰입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새로운 관람 방식을 체험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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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회 정보 https://www.instagram.com/p/CAMD6i6pFQQ/

연극 <페스트> 공연 정보 http://www.ntck.or.kr/ko/performance/info/256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