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안테나의 릴레이 라이브 스트리밍 중 정승환의 라이브를 봤다. 제목에서 이걸 공연이라고 지칭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살짝 있었지만 분명히 함께 호흡하고 음악을 들었기에 공연이 맞겠지.
요즘 코로나 19의 여파로 국립극단,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등 다양한 곳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실시간 생중계)이나 업로드 후 24시간 공개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공연을 보지 못하는 환경과 사람들을 위해,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지만 그럼에도 문화예술을 통해 일상에 조금 더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는 뜻에서다.
이렇게 안테나에서도 소속 뮤지션들이 돌아가면서 30분+알파의 시간 동안 라이브를 하는 기획을 한 모양이다. 본 라이브 스트리밍은 토요일과 일요일, 2주에 걸쳐 하루 세 팀씩 공연이 이루어진다. 나는 이 중에서도 18일 오후 9시에 진행된 가수 정승환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관람하게 되었다.
셋리스트는 보통의 하루, 제자리로 시작했다. 이 두 곡은 콘서트에 가서 들은 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는데 특히 제자리는 오랜만에 들어서 참 좋았다- 조금 재밌었던 부분이 보통의 하루를 부를 때 초반 마이크가 볼륨이 작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댓글로 우후죽순 달았고 현장의 스탭이 곧바로 피드백을 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내가 듣기엔 저음부에서 발음이 좀 뭉개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건 가수 본인의 문제인 거 같기도 했다.
그 다음에 부른 노래는 지난해 그가 자주 들었던 곡인 이주영의 조금 늦은 이야기와 부르기로 되어 있던 박새별의 잊으라 하지마였다. 특히 토크 중 잊으라 하지마는 숨 쉴 때가 없어 어렵다는 언급을 했는데 듣고 나니 정말 역시나였다. 듣는 내내 나도 몰입해서 숨을 참은 거 같다.
마지막 엔딩 곡으로는 눈사람을 불렀는데, 그 후 앵콜로 흔들리는 벚꽃 속에서와 사뿐을 불렀다. 개인적으로는 저번 콘서트 때 엔딩으로 듣지 못했던 뒷모습을 피아노 한 대로 들어보고 싶었는데 앵콜은 아예 준비가 안 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조금 더 해서 앵콜을 해준 것만으로도 듣기 좋았다.
위에서 언급했듯 피아노 한 대만으로 함께 한 라이브 스트리밍은 생각보다 볼 만 했다. 37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시청했는데 처음엔 연결 상태가 좋았다가 후반부에 조금 버퍼링이 걸려 노래 한 소절을 못 들었다. 하지만 ‘방구석 1열’에서 보는 한 시간 남짓의 콘서트는 오랜만에 설렘과 감동을 주었다. 공연이 다시 너무 가고 싶어졌달까- 그의 노래를 더 좋은 환경에서 다시 직접 듣고 싶어졌다.
이렇게 안테나 외에도 다양한 예술가와 단체들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공유하려 노력하고 있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콘텐츠를 갈망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요즘 문화예술계는 온라인 스트리밍 등에 대한 이야기로 다양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는 모양이다. 해외의 한 공연장에서는 유료 서비스를 통해 후원을 받기도 하는데 이건 보다 직접적으로 공연장에 후원을 할 수 있어 새로운 차원의 후원에 대한 논의도 펼치고 있는 듯하다.
나의 경우 이렇게 온라인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공유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접하고 즐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강하게 동의한다. 그렇지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 보다 손쉽게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로 공연을 관람한 경험이 실질적인 관람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문화예술을 어떻게 해야 보다 많은 이들이 보게 될까에 관한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문화예술계는 정말 큰 타격을 입었다. 대부분의 공연장과 미술관이 문을 닫았고, 당장 나를 비롯한 주변의 공연장과 미술관에서 일하던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를 약속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2021년까지 콘서트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로 ‘오빠(=아이돌) 군대 갔다 올래?’라는 이야기를 올리기도 한다.
사실 문화예술계의 불안정함에 대해서는 늘 고민스럽다. 경제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사장될 산업은 문화예술 분야가 아닌가. 생필품이 아닌 여가 및 서비스 차원에서의 산업이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더욱이 코로나와 같이 긴급 비상 상황, 경제적인 위기 또는 위축이라든지 물리적으로 공연장이나 미술관에서 공동으로 경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앞으로도 거듭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예술계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 0 2 0 > imda_you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515 연극 <페스트> (0) | 2020.05.19 |
---|---|
200507 영화 <비포 선셋> (0) | 2020.05.07 |
200331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0) | 2020.04.10 |
200327 영화 <러빙 빈센트> (0) | 2020.04.05 |
191127 공연 | 연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 (0) | 2019.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