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개월이 지나 마지막 파란만장을 올리게 되었네요. 먼저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N을 위하여>는 지난 파랑파란의 <내가 ○○이 된다면>에 이어서 공연을 감상한 후 저만의 질문을 던져 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시작부터 밝혔지만 E'N'FP인 저를 위한 프로젝트였던 만큼 글을 읽은 분들께까지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모쪼록 재밌게 읽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도 궁금해하실지 모르겠지만 필자 마음대로 무작정 보여드리는 비하인드 질문 대방출, 파란만장 오프더레코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1.  'N을 위하여'를 쓸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 사실 매달 파란만장을 써야 하는 날이 돌아오면 대체 이번 달은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하는 게 글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다작(여러 공연을 보는 것)보다는 회전(한 공연을 여러 번 보는 것)이 취향인 사람이라 3개월 동안 보는 작품이 한정적이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회전을 돌았던 작품은 다 적었던 것 같습니다. 명동로망스, 보도지침, 알앤제이, 차미, 히스토리보이즈 모두 제가 사랑하는 극들이네요. 사랑하는 것을 얘기할 때는 말이 많아지는 거 아시죠? 많이 보기도 했고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도 많고 그동안 썼던 후기들을 다시 보면서 생각도 정리하는 시간이라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문제는 ‘이제 남은 시간은 무엇으로 채우냐’인데요 .. 일단 플앱을 켜서 한달 동안 제가 본 극들을 바라보면서 좋았던 극들을 고르고 질문할 내용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이 바로 떠오르는 작품을 고릅니다. 때론 답이 바로 떠올라도 쓸 내용이 정리가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럼 가차 없이 안녕히 합니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글을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동안 흥미가 떨어져 버리고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까먹게 되거든요. 새삼 저에게 참 골칫거리였네요.

 

2. 글이 가장 잘 써지는 시간이 있나요?

- 왜 모든 생각은 자기 전에 떠오르는 걸까요. 눈을 감다가 갑자기 이렇게 적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마구 떠올라 항상 메모장을 켜서 단어로나마 휘갈겨 쓰고 자곤 했습니다. 여튼 새벽에 글이 잘 써지는 거 같아요. 조금 더 솔직해진달까.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앉아있어야 할 때도 생각들이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공연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관객을 마주하는 시간 말고는 수표에선 할 일이 별로 없단 말이죠. 그래서 이때 문진표 뒷면에 끄적이기도 하고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잘 써져요. 근데 특정한 시간이라기보단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을 때 갑자기 삘 받아서 2페이지씩 작성하는 것 같아요. 안 떠오를 땐 5시간을 앉아있어도 안 써지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글이 잘 써질 때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라는 심정으로 뒤에 잡아둔 영화제에도 늦을 만큼 일단 글을 끝내려고 했습니다. 헐 이렇게 적으니 뭔가 PRO 같네요. 하하

 

3. 공연을 보면서 극 이외의 생각을 할 수가 있나요?

- 공연을 보면서 어떻게 아무 생각을 안 할 수 있죠? 저는 얼른 실시간으로 제 생각을 읽어서 알아서 기록해주는 기계가 발명되었으면 좋겠어요. 극 보고 나오면 다 휘발된 상태로 널부럭되는 저 대신에 후기 좀 기깔나게 써서 남겨두게요. 여튼 극을 보면서 무조건 뭐라도 생각을 해야지 하고 보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을 못 멈추는 거 같아요. 극이 재미없는 날에도 재미없다 .. 떡볶이 먹고 싶네 뭐 먹지 이런 생각들로 이어지는 걸 보면요. 그렇다고 항상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연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생각할 거리를 주고 그게 배우마다, 날마다 달라진다는 점에서 항상 새롭다는 건데요. (짜릿해!) 회전을 돌다보니 처음엔 극이 얘기하는 전체적인 메세지를 따라 보다가 후에는 배우의 디테일들을 따라 혼자 과몰입오몰입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극에서 제가 보이면 이제 0살의 저부터 22살 저의 기억까지 온통 끌어와서 눈물콧물바람으로 길거리를 걷는 거죠 ..

 

4. 쓰면서 가장 재밌었던 글이 있다면?

- 가장 마지막 글이죠. 음악극 <태일>을 적었던 글인데요. 재밌었다기보다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애정을 담은 글입니다. 사실 마지막 작품을 뭐로 해야할지 정말 감도 안 와서 플앱만 뚫어져라 쳐다보다 상반기 극까지 넘어왔는데 태일이 딱 눈에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태일로 하겠다고 파랑 단톡에 공유한 다음 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 태일의 이야기를 다뤘던 게 참 신기했습니다. 꼬꼬무 보면서 글 쓰다가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던 게 생각나네요.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

https://blue4wave.tistory.com/283

 

5.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나요?

- 처음 계획을 했을 땐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생각을 해보려고 했는데 매번 급박하게 닥쳐서 글을 쓰다 보니 감상적인 부분에서만 글을 썼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좀 더 공부하고 자료도 찾아봐서 분석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래서 글을 올리기가 조금 부끄러웠던 걸까요? 그리고 파랑파란 때부터 길게 적은 글들과 그동안 봤던 극들의 후기들을 모아 소책자를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였는데 결국 이번에도 저의 귀찮음이 승리해버렸습니다. 그래도 파랑 개인 프로젝트 덕분에 10개의 작품은 하나의 글로 극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혼자만의 끄적임이었는데 지금까지 파란만장을 봐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