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이하는 첫 번째 준비 의식으로 항상 공포영화를 보기 때문에 7월 22일, <비바리움>을 관람했다. 흔히 떠올리는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기괴한 영상으로 가득 찬 SF 스릴러 느낌의 영화였다. 반복되는 인간의 삶의 굴레에 대한 비유로 영화를 이해했고, 어둡고 희망없는 결말에 암울해 있던 차, 저녁에 집에 돌아와 <안토니아스 라인>을 관람했다.
Antonia's line이라는 제목답게, 이 영화는 주인공 안토니아의 계보가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안토니아는 딸 다니엘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간다. 작고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마을에서 다니엘은 남편 없이 딸을 낳고, 그 딸은 또 자신의 딸을 낳으며 공동체를 이루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다.
페미니즘 영화의 교본쯤으로 불리는 이 영화는 여성주의를 애써 담은 것이 아니라, 여성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화책의 한 삽화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워보이는 네덜란드 시골마을엔 분명 사람들이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속에서도 끔찍한 사건, 어둡고 우울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그 곳에도 어둠이 있다. 한 줄기 빛이 내려오다가도 꿈처럼 어느날 슬픔이 찾아오고, 다른 사람들은 다시 그들의 일상을 살아간다.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부딪히고, 사랑하고, 슬퍼하는 주체를 모두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수자를 둘러싼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고, 그들의 힘으로 다시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은 페미니즘이 꿈꾸는 유토피아가 연상된다기 보다, 가부장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지금 오늘날 여성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게 한다. 불행과 행복이 반복되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삶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깊게 와닿은 점이다.
1996년 개봉된 영화임에도, 굉장히 선구적인 영화라는 평이 많다는 점이 슬프기도 하다. 결국 시대를 막론하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인간으로서 대우 받는 여성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정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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