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용 

<지젤>은 낭만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순진하고 가녀린 시골 처녀 지젤이 평민으로 위장한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며 슬픔을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민자 출신의 영국 안무가인 아크람 칸은, 오늘날 노동자 계급과 상류층 계급에 속한 연인의 이야기로 <지젤> 속 설정을 현대로 이끌어왔다. 기존의 작품 속 지젤이 결혼에 대해 정해진 사회의 규범 앞에서 좌절하는 희생양처럼 그려지는 데 비해,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이민자 출신으로 계급 앞에서 갈등하고 투쟁하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2.     표현 

이 작품은 모던 발레의 언어로 폭넓게 작품을 그려낸다. 지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매드신이다. 알브레히트가 상류층의 여자와 이미 약혼을 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지젤이 실성하며 끝없이 춤추며 광기를 표현하는 것이다. 기존의 작품이 지젤 혼자만의 따로 떼어진 광기를 표현하는 모습이라면, 아크람 칸의 지젤 속 매드신은 모든 소외된 자들의 고통을 표현한다.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여성의 모습이었던 지젤의 모습을 인간의 모습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윌리들을 향한 해석의 차이가 뚜렷히 느껴진다. 

두 번째로 인상깊은 장면은 2막의 시작부분이다. 기존 <지젤>2막에서는 춤을 좋아하는 여성이 결혼을 맞이하기 죽음으로써 윌리라는 무리가 등장하며 시작된다. 포인트, 즉 발끝을 세우며 춤을 추는 발레의 대표적인 언어는 낭만 주의 발레의 대표자인 마리 탈리오니가 <라 실피드>에서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개발되었다. 발의 동작을 더 잘 보여주기도 했고, 요정처럼 신화적인 존재를 여성이 연기하는 데 더욱 실감나는 표현이 되었다. 반면 아크람 칸의 <지젤> 속 윌리들은 버려진 방직공장에서 아이를 낳고 일하다가 죽은 영혼들이다. 이들이 발끝을 세우며 발을 구르는 모습은 희생당한 여성의 위태하고 불안하면서 곧 폭발할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가녀리고 아름다운 요정이 아니라 희생당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3.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자인 지젤이 알브레히트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인상적이기보다 안타까웠다.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라도 이민자와 약자들이 다 부숴버리고 승리하는 장면을 견딜 수 없나보다. 승리는 강압적 폭력이 아니라 사랑에 있다고 하지만, 예술적 상상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런 엔딩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 나의 개인적인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