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흠뻑 빠져있었던 <오 할리우드>에 이어 라이언 머피가 제작에 참여한 또 다른 TV 시리즈가 넷플릭스에서 공개 되었다. <더 폴리티션>은 캘리포니아 주의 한 고등학생이 미 합중국의 대통령을 꿈꾸며 이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페이튼과 함께, 그의 주변 인물들 역시 모자람 없이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따라서 시즌 1이 페이튼을 중심으로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 2는 더욱 본격적으로 페이튼이 뉴욕 주 상원의원에 도전하며 일어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화려한 영상, 복잡한 애정 구도를 기대했던 시즌 1의 시청자들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시즌 2를 통해 <더 폴리티션>이라는 전체 쇼의 방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모두가 외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글리><스크림 퀸즈><아메리칸 호러 스토리><포즈><오 할리우드>등 라이언 머피가 참여한 TV쇼들은 모두 뚜렷한 주관과 개성을 가진 주인공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뿐만 아니라 명성, 지위, 돈 등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시즌 내내 달려가게 된다. <스크림 퀸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서는 엠마 로버츠, <포즈>에서는 MJ 로드리게즈 라는 배우들이 작품 속 주인공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해내며 유명세를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언 머피 군단이라고 칭해도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 만의 뚜렷한 세계관을 주인공을 통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대런크리스, 기네스 팰트로, 에반 피터슨 등) 매력적인 배우, 강렬한 캐릭터, 막나가는 줄거리에 감동 한 스푼을 얹으면 라이언 머피가 만들어낸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글리>의 레이첼, <스크림 퀸즈>의 샤넬, <포즈>의 블랑카를 이어 <더 폴리티션>의 페이튼 역시 시청자가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 동안의 TV 시리즈 속 인물들이 대부분 비주류를 대표하는 인물이였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고등학교 먹이 사슬 최하위의 쇼 합창단 단원, 성소수자 등 ) 페이튼은 눈에 띄는 주인공이다. 가정 환경이외에도 그는 본인이 가진 특권을 잘 인식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재능과 함께 자신의 약점 또한 매우 잘 알고 있기에 페이튼이 어떤 면에서는 이전 시리즈에서 봐왔던 주인공들보다 더 재수없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해가면서 이 인물의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면서 시청자들이 페이튼의 과정을 응원하고 주의깊게 지켜보도록 만든다. 이 지점이 바로 드라마와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첫 번째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2. 마라맛 소재 : 정치
결국 시즌 2에서 페이튼을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여주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계 입문이라는 페이튼의 목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정생존자><하우스 오브 카드>등 미국 내 정치계의 모습을 보여준 성공한 TV 시리즈들은 현실 속 정치인들 사이의 이슈들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기 때문이였다.
그에 반해 <더 폴리티션>은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이라기보다 과장되게 지저분한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투표로 당선되기까지 카리스마로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더 독차지하고자 하는 후보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한 표라도 더 얻기위해 아등바등하는 인물들은 결국 승부에 목숨 건 현실 속 주변 인물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재밌는 정치계 이슈들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더 폴리티션>이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시즌 2의 스토리 라인에는 페이튼의 양어머니, 조지나 호바트가 캘리포니아 주 주지사로 등장하며 페이튼의 주목을 모두 뺏아가게 된 것도 있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디디 스탠디쉬와 페이튼의 경쟁 구도이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틀에 박힌 갈등 구조가 아니라, 양측 인물을 모두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너리즘에 젖은 보수 특권층으로 보이는 디디도 사실은 젊었을 적 전쟁에 반대하고, 무엇보다도 뉴욕의 주민들을 위해 힘써온 진보를 대표하는 사람이였다는 점이 그렇다. 그렇다면 '신세대'와 '구세대'의 의견이 수렴할 수 없었던 것은 기성 정치인의 패기와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래된 경력에서 나오는 여유였던 것일까? <더 폴리티션 시즌2>는 결국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화합이라는 어쩌면 불가능한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기보다, 각자의 특성을 가진 두 세대 간이 얼마나 닮아있고 또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승패를 결정하는 과정 속 이리저리 엉킨 싸움과 설전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했지만, 빠른 전개 속도에서 불구하고 폭로 - 해결 - 폭로 - 해결을 반복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탓에 시즌 1보다 루즈하고 지루하게 느껴진 부분이 없지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폴리티션 시즌 2>를 통해 세련되면서도 재치있는 드라마 시리즈가 탄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 갈등, 환경 이슈 등 오늘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이슈들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해 관계를 젊은 에너지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3를 통해 디디와 조지나 호바트가 미국 정치계를 어떻게 씹어먹게 될 지 매우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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