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여행권장음악_바다 편

몇 주 전 갑자기 바다가 너무 보고싶었던 나는 어제 2박 3일간의 강릉 혼자여행을 마치고 왔다.

혼자서 여행할 때는 무엇보다 음악이 필수다.

흥을 돋궈주는 노래 한 곡이면 인도가 없는 아스팔트 도로를 힘겹게 걷던 나도 도로 위 무법자가 될 수 있다.

가벼운 재즈 한 곡이면 유럽 어느 해안가의 여유로운 오후를 느낄 수 있다.

곡마다 장르도 분위기도 재각각이지만 필자를 믿고 한 번 들어보자.

이 플레이리스트 하나면 혼자 여행할 때 어느 상황에서든 필요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랬다.

 

 

 

Sir Duke - Stevie Wonder

 

“For all to sing, dance and clap their hands”

스티비 원더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브라스 사운드가 매력적인 이 곡은 가사 그대로 ‘모두가 노래하고 춤추고 손뼉 치게 만드는 곡’이다. 나는 여행하는 중에도 행복하고 신나지만, 무엇보다 가장 들뜨는 순간은 여행을 시작하는 때인 것 같다. 지금 당장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유와 홀가분함을 느낀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는 그 들뜨고 즐거운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곡이다. 출발할 때뿐만 아니라 어느 때든 마냥 신나고 싶을 때 나는 이 곡을 제일 먼저 찾는다.

 

 

얼마나 좋아 잔나비

 

“앙칼진 바람도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구요”

유일하게 팬심을 갖고 사랑하는 밴드 잔나비의 노래이다. 나는 혼자 여행을 하면 딱히 계획을 깊게 세우지 않는다. 늦게 일어나고 싶으면 내 맘대로 늦-게 일어나서 먹고 싶은 것 먹으러 떠나는 거다. 그러나 그런 자유로움에도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간 강릉은 화, 수는 대부분 쉬는 날이었고, 나는 화, 수에 여행했다. 그래도 인심 좋은 택시기사님, 완벽한 날씨, 꽃길만 걸으라는 할머님들 덕분에 나름의 특별한 추억을 만든 여행이었다. 여행이 맘처럼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긍정에너지를 팍팍 심어주는 가사와 멜로디이다. 어떤 이유로 일정이 꼬였다면 <얼마나 좋아>를 들으며 훌훌 털고 또 다른 길로 걸어가면 된다.

 

 

So. Good. - Johnny Stimson

 

아마 이 노래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여행을 하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순간이 아름답게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논길을 따라 걷는 길고양이라던가, 철썩이는 파도 앞에서 장난치는 아이들, 텅텅 빈 시골 버스 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 보잘것없고 귀여운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을 듣는 동안 찍은 사진들은 일상이었다면 프레임에 담아볼 생각도 안 했던 대상들이었다. 돌아와서 사진을 살펴보고 있자면 ‘이걸 왜 찍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사진도 있다. 아무렴 상관없다. 을 틀어놓고 다시 보면 그때의 기분과 따뜻했던 날씨가 다시 떠오르니까.

 

 

Boat 죠지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잠들 수 있는 낙이 필요해”

여행을 떠나기 전 답답했던 내 마음을 제일 잘 대변해주는 곡이 아닐까 싶다. 고1 때부터 혼자 여행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해소했던 나에게 여행은 이제 여가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준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룸메이트와 재밌는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긴 하지만, 가끔은 비좁은 방이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 잠들고 또 뒹굴던 집 생활이 그립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여행은 비교적 숙소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편안함과 위로를 느낀 시간이었다. 침대에 누워 를 듣고 있으면 내 답답한 마음을 시원시원한 가사로 쓸어버리는 것 같았다.

 

 

Exactly Like You Eddie Higgins Trio

 

원래 즐겨듣던 노래는 아니지만,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모래를 느끼며 앉아서 들었던 재즈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 중 가장 잘 어울렸던 것 같아서 담아보았다. 조금은 뜨거운 햇살과 모래사장에 듬성듬성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재즈에 곁들여지는 파도 소리까지. 공감각적으로 완벽한 순간이었다. 재즈 소리가 너무 좋아서 목덜미가 타들어 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을 앉아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은 한낮의 바닷가라면 재즈 한 곡을 틀어놓는 것도 괜찮다.

 

 

GOODNIGHT(Intro) / 꿈과 책과 힘과 벽 잔나비

 

“어두운 밤 날아와서 날 잠들게 해줘”

나는 여행을 가면 낮에는 혼자서 잘 놀다가도 밤이 되면 약간 집에 가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 친구도 같이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웃기지만 좀 센티 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그냥 그런대로 한없이 감성적이고 잔잔한 노래를 듣는다. 잔나비의 는 정말 좋은데 잘 때 듣는 노래로 듣기엔 너무 짧아서 아쉬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꿈과 책과 힘과 벽>이라는 곡을 같이 묶어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