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hitecture]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생각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 난 해한 현대미술 작품? 지나치게 조용하고 고상한 분위기? 글쎄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자유로운 예술가와 예술을 한데 모아둔 공간이 이렇게나 고리타분하게 다가온다면, 미술관을 다르게 보려는 시도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Art-chitecture'는 미술관이 펼치는 예술 속 숨은 건축을 살펴봅니다. 지금껏 주목하지 못했던 건축 속의 예술, 예술 속의 건축을 발견하며 미술관의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도심의 여러 모습 사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의 모습. (사진 출처: Artlecture)

 

 

‘삼청동에는 6개의 마당이 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 청동. 현대식 빌딩과 예스러운 궁이 조화롭게 자리하며 항상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인데요. 이렇게 시시각각 바쁘게 변하는 종로의 중심에 6개의 마당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바로 도심 속 6개의 마당을 간직하고 있는 오늘의 숨은 공간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미술관 마당, 전시 마당, 종친부 마당, 경복궁 마당, 열린 마당, 도서관 마당 총 6개의 마당을 품고 있습니다.

  “서울관은 지나가다가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편한 공간으로 생각했어요.”

  국현 서울관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민현준의 말입니다. 그는 건축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자 했습니다. 또, 서울관은 국가 문화유산 경복궁 옆에 위치하여 설계 시 높이 12m 이상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조건에 맞추어 서울관은 여러 개의 건물을 잘게 나누어 마치 “다도해의 섬들처럼 여러 건물이 무리를 이루는 형태” 로 설계되었습니다. 이때 각자 떨어진 건물들은 마당을 통해 비로소 하나의 건축으로 거듭납니다. 서울관 건축에 있어서 마당은 미술관을 조화로이 완성하는 핵심 요소인 것입니다.


  관람객은 마당을 통해 미술관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미술관이 아니 라 작은 마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건축가의 말에 따르면 서울관은 그 자체가 마당처럼 사방에서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개방형 구조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이 드는 것이죠. 마치 미술관이 아니라 근처 작은 마을에 방문하는 것처럼요. 또한, 서울관의 마당은 그 자체로 전시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미술관 마당, 경복궁 마당, 종친부 마당을 비롯 한 마당들에는 종종 다양한 설치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전시 마당의 경우, 전시 공간으로 활용 되는 것 이상의 비밀을 간직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마당의 모습 (사진 출처: 남궁선 건축 사진가)


  서울관은 설계 당시 고도제한으로 인해 지상으로 높게 건축하는 대신 지하에 거대한 전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하로 전시장들이 들어서면서 가장 중요해진 것은 빛, 곧 ‘채광’이었습니 다. 전시 마당은 바로 이 채광을 끌어들이는 기능을 하는데, 기하학적 디자인의 빛 우물이 자 연광을 끌어들여 지하 전시 공간까지 충분한 빛을 공급합니다. 마당은 서울관의 건축 이념을 실현함과 동시에 설계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습니다.

  마당은 이처럼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미술관을 찾는 이들을 위한 온전한 휴식처로 자리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마당’의 역할은 미술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삶과 예술을 매개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 가을은 서울관의 마당에서 자연과 예술을 함께 향유하며 보내보는 것 어떠세요?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예술을, 그리고 예술을 감상하는 동안 나도 모른 채 자연과 조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상 [Art-chitecture]였습니다, 마치겠습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확인하기!]
https://www.mmca.go.kr/exhibitions/progressList.do

 

By @evtn_rent 🐱

 

 

 

 

인용 출처 : 이향휘, 「[Art & Culture] 카리스마·문턱·동선을 버렸다…자연과 역사가 들어왔다.」, 매일경제 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