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파란 | 파랑 PICK : 故 이건희 회장 / 상속세 물납제

2020년 11월에 시작된 파랑파란 파랑PICK!이 2월호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파랑PICK!인 만큼 어떤 주제를 소개해야 할지 오랜 기간 고민해보았는데요. 파랑PICK!을 진행하는 내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과 상속세 물납제 이야기를 담아 보기로 했습니다. ‘세금’, ‘물납제’, ‘상속세’ 등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주제이기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흥미로운 주제니, 끝까지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故 이건희 회장과 미술 소장품

2020년 10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며 그에 대한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졌어요. 우리는 그중 그의 미술 소장품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해보고자 해요. 故 이건희 회장은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술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유명한 고미술 애호가이자 미술계 후원가였죠.

 

故 이건희 회장은 ‘국보 수집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 국보 제217호 <금강전도>, 국보 제118호 <금동미륵반가상> 등 국보 20여 점을 소유하며 개인으로 국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이였어요. 한 기사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어깨를 겨룬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해당 기사에서는 故 이건희 회장이 소유한 현대미술 소장품을 두고 ‘국립현대미술관을 압도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국내 유명 작가인 이중섭, 박수근 등의 작품은 물론,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 조각, 프랜시스 베이컨의 인물화 등 약 900여 점의 서양 현대미술품을 소유했어요. 특히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조각과 프랜시스 베이컨의 인물화는 두 작품 모두 유사 낙찰가가 1,500억 원을 넘어설 정도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죠.

 

故 이건희 회장은 작가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는데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는 1987년 처음 만난 후, 삼성전자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공식적으로 후원했고, 백남준은 삼성전자의 TV 모니터를 사용하여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전시된 <다다익선> 외에 여러 작품을 제작했다고 해요. 또 지난 파랑PICK!에 등장하기도 했던 작가 ‘이우환’의 해외 전시 후원 역시 진행했죠.

 

 

 

| 故 이건희 회장 소장 미술품 감정의뢰

미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던 故 이건희 회장의 별세 이후 삼성 측은 한국화랑협회 미술품 감정위원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센터 세 곳을 통해 미술품 감정 의뢰를 맡겼어요. (이 세 곳은 모두 민간단체로, 미술품 준위 감정과 시세에 대한 추정치를 계산하는 곳이에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감정 대상인 미술품의 숫자는 무려 약 1만 2,000여 점으로(일부 처분 대상만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감정가 총합은 ‘조 단위’일 것으로 예측돼요. 그리고 삼성 측에서 감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故 이건희 회장의 재산 규모를 확정하는 것과 상속 문제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에요.

 

 

 

| 상속세?

‘상속세’란, 사망에 의해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에 부과되는 조세를 의미해요.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故 이건희 회장의 재산에 대한 최종 상속세의 경우 국내 사상 최대에 해당하는 ‘11조 원’인데요. 사망일 6개월 이후에는 가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오는 4월까지 상속세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여요. 그렇다면 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을 감정하는 것이 상속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을 감정한 후 행보에는 세 가지 정도로 예상된다고 하는데요. ①크리스티, 소더비 등 해외 경매를 통해 상속세를 충당하는 것, ②호암 미술관, 리움 등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에 넘기는 것, ③국립중앙박물관 등 공공기관에 기증하는 것. 다만, ‘고미술’의 경우 문화재보호법상 제작된 지 50년 이상 지난 것은 해외 반출이 사실상 막혀있어 한국 밖으로 나갈 가능성은 작다고 예측해요. 반대로, 서양미술품의 경우에는 해외 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화 자산이 사라지는 국가적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들도 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상속세 물납제’에 대해서도 논의되는 거죠.

 

 

 

| 상속세 물납제?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 물납제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에서 가능했어요. 그런데 문화재의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해 미술품까지 국세 물납 대상에 포함하자는 논의를 하게 만든 이슈가 있었어요. 바로 지난해 간송 전형필의 후손이 국가 지정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게 된 원인이 상속세 부담이라는 것이 알려진 것이었죠. 그에 이어 故 이건희 회장의 별세 이후 상속세 이야기가 나오며 계속해서 논의가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광재 국회의원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2020년 11월 대표 발의 했고,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10월 발표한 입법∙정책 보고서에서 ‘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위한 정책과 법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죠. 하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논의사항이 많기 때문에 단기간에 진행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거예요.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국세청에서는 국회의 논의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산정가를 부풀리는 등 고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하고, 기획재정부에서는 당장 세수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반갑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상속세 물납제 대상에 미술품을 포함하고 있어요. 이들은 물납으로 받은 미술품을 국가가 확보하고, 이후 국립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여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문화 자산의 반출을 막고, 공공 재산화 하여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상승할 미술품의 가치로 국부를 쌓을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이미 여러 나라가 진행하고 있는데, 심지어 1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미술계가 논의했는데, 왜 우리나라는 미술품을 상속제 물납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을까요? 우선 첫 번째, 물납이 탈세나 조세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기존에 허용했던 비상장주식과 같은 것들을 물납 대상에서 빼고 있었고, 2015년 134건에 이르던 상속세 물납 건수가 2019년 59건으로 감소하기도 했고요. 두 번째, 미술품은 객관적인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예요. 분명한 가치 평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거죠.

이러한 이야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했던 전문가들의 토론회에서도 언급되었어요. 상속세 물납제에 미술품을 포함하는 것이 단순한 납세자의 편의를 확대하고자 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예술적,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가진 우수한 문화유산을 공공 자산화 시켜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어요. 또, 물납 허용 문화제와 미술품의 범위 혹은 가치 산정의 방식은 큰 쟁점 중 하나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죠.

 

앞으로 상속제 물납제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추가 PICK!

사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증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는데요.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이 이에 해당해요. 이 나라들은 문화재나 미술품을 기부할 경우 그 시점의 시장 가격을 소득세에서 공제해주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기증제도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죠. 우리나라에도 현재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기증하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는 있으나, 시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적용 사례는 거의 없거든요. 그동안 등록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경우 지정기부금 단체로 인정받아서 일정 한도 내에서 기부금에 대한 손비처리가 가능했는데요. 올해부터 별도의 국세청 추천을 받고, 기재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해서 박물관, 미술관에 대한 현금 기부, 현물 기증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요.

앞서 등장했던 이광재 의원이 박물관, 미술관 기부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제공을 골자로 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소득세법,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함께 발의했다고 하니 이에 대한 진행 상항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 기사 |

문화일보, “화두 떠오른 ‘상속세 물납제’…이번엔 도입될까”,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12201031812050003

연합뉴스, “[이건희 별세] 소문난 미술애호가…백남준 후원∙리움 건립”, https://www.yna.co.kr/view/AKR20201025065300005?input=1195m

조선일보, “[단독] 삼성, 이건희 미술 소장품 가격 평가 맡겼다…”감정가 兆 단위”, https://www.chosun.com/culture-life/art-gallery/2021/01/18/MEZUNQCDO5D7HCA5BSPYLPT7E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한국경제, “이건희가 남긴 11조 상속세…미술품으로 대신 낸다고? [이지효의 플러스 PICK]”, https://news.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101190099&t=NNv

 

 

 

| 마무리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 2월호가 파랑 PCIK!의 마지막이에요. 그동안 한 달 동안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기사를 찾아다니는 것도, 글을 적기 전 공부하는 시간도 저에게는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글이었으면 좋겠네요😊 그동안 파랑 PICK!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