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을 얘기하라고 하면 그게 트위터든 인스타그램이든 대부분 SNS라고 답할 거다. SNS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서 절대 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이러한 현상을 잘 담아낸 공연이 바로 뮤지컬 <차미>다.

 

먼저 내용을 살펴보면 소심하고 평범한 대학생 ‘차미호’는 SNS 속 하트와 좋아요를 받기 위해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존재로 보정하여 게시글을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SNS인 ‘차미(@Cha_Me)가 화면 밖으로 나와 미호의 성적, 연애, 취업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이뤄주겠다고 한다. 차미의 말대로 그녀의 소원이 하나씩 이루어지지만, 점점 자신이 사라져 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점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서로를 배려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와 ’되고 싶은 나‘가 상생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뻔한듯한 내용일지 몰라도, 소통의 수단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소개하는 수단으로 SNS를 이용하면서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지고 때론 남들과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는 나를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래서 미호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스크래치‘는 들을 때마다 눈물이 절로 흐르고 결국 하나가 되는 미호랑 차미를 보면서 위로도 많이 받았기에 참 소중한 작품이다. 공연장에 앉아 있었던 그 순간만큼은 나도 미호가 된 듯한 기분이랄까.

 

그렇다면, 만약 ‘내 SNS 속 모습’이 사람이 된다면, 과연 어떤 ‘차미’가 나타날까?

 

일단 말을 잘하는 친구일 거 같다. 평소의 나는 생각하고 말을 뱉기보다는 일단 뱉고 나서 생각하기에 횡설수설한 편인데 SNS에는 아무래도 글로 남기니까 생각이 정리된 후의 깔끔한 문장이 대부분이다. 항상 논리정연하게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까 부러워진다. 그런 애와 말싸움을 하면 당연히 지겠지? 아니지. 그래도 내 생각을 토대로 만들어진 친구니까 생각의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나는 ‘아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 알지?’라고 말할 것을 얘는 ‘그런 거’가 무엇인지를 말해줄 것 같달까.

 

또 내 인스타그램 아이디 @xiawaxe의 의미처럼 참 매사가 행복한 친구일 거 같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안 좋은 일보다는 좋은 일만 보여주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특히나 최근 들어 고민이나 힘든 일을 남들이 보는 공간에 털어놓는 것이 왠지 모르게 민폐라고 생각되어서 더욱 즐거워 보이는 일만 올리는 것 같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 공연이나 전시를 올렸을 때도 과정을 올리기보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달까. 부족한 내가 아니라 멋있는 나로 기억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뮤지컬 속 차미처럼 내 ‘차미’도 능력도 좋고 앞길이 창창할 것 같다.

 

그렇다고 SNS 속 내가 나를 대신해서 살아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평탄하게만 흘러가면 성공은 보장되어 있지만, 반전이 없으니까.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 속에서 우리는 의외로 행복을 많이 찾는다. 때론 끝이 없어 막막해 보여도 끝을 모르기에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이 시도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아아악! 이렇게 쓰니 또 오글거리네. 하지만 내 SNS 속 일기장엔 이런 글도 많이 적혀 있으니 나의 ‘차미’는 참 감성적인 친구일 거 같다. ^^ 여튼, 나도 나의 ‘차미’가 만약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다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도 사랑하고 되고 싶은 나도 사랑하며 그냥 ‘나’를 더 사랑하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