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KBS ‘시사기획 창’에서 <거장과 위작 논란 “이우환 대 이우환”>(이하, <이우환 대 이우환>)이 방송되었습니다. 약 한 시간 가량 방송된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동안 이우환 작가에게 제기되어 온 위작 논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방송이었는데요. 이번 12월 파랑 PICK!에서는 <이우환 대 이우환> 방송과 함께 위작과 모작의 차이, 이우환 작가 외 다른 작가들의 위작 논란 등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 위작 vs 모작, 뭐가 다른 거죠?
자세한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단어에 대한 정의를 먼저 짚어보고 갈까 해요. ‘OOO작가 위작 논란’, ‘OOO작가 모작 논란’ 이런 기사 제목을 한 번쯤 접해보셨을 텐데요. 위작과 모작, 두 단어의 뉘앙스는 인지하고 있으실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정확히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사전에 ‘모작’과 ‘위작’을 검색하면, 위와 같은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모작’은 사전에서 알 수 있는 뜻처럼 그대로 본떠서 그리고 만든 그런 것을 이야기해요. 같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그대로 그리기도 하고, 다른 작가가 본떠서 그리기도 합니다. 자신이 어떤 작품을 따라 그렸음을 밝히고 학습 차원에서 모방하여 그리는 경우들을 그 예시로 들 수 있죠.
대신 ‘모작’임을 밝히지 않으면 ‘위작’이 됩니다. “내 그림이 가짜요!”를 말하지 않고 진짜인 것처럼 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거든요. 계속해서 위작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는 작품의 희소성과 수익성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위작은 작가와 작품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미술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이 부분은 뒤에 <이우환 대 이우환>에 대해 이야기하며 좀 더 자세히 보도록 해요.
출처 | 네이버 사전 / 네이버 포스트, “모작과 위작, 사소한 듯 크나큰 차이”,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382992&memberNo=37451778&vType=VERTICAL
| KBS 시사기획 창 <거장과 위작 논란 “이우환 대 이우환”>
이우환 작가는 2020년 3∙4분기인 9월 말 기준, 국내 경매 총액 838억 여 원 중 107억 원을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 1위로 매우 큰 인기를 가진 작가예요. 지난 10년 동안 낙찰총액 1위에 있던 김환기 작가를 2위로 밀어낸 작가이고, 한국인 생존 작가 중 유일하게 작품 1점이 20억 원이 넘는 작가이기도 하죠. 이렇게 큰 인기를 자랑하는 이우환 작가에게 위작 논란이 제기된 것은 2016년 6월이었어요.
당시 경찰에는 위작으로 의심되는 13점의 작품이 압수되어 있었고, 그중 4점은 위작범이 ‘자신이 그렸다’고 자백한 그림이었어요. 그리고 2016년 6월 27일, 이우환 작가가 직접 13점이 위작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날이 다가왔죠.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일어나요. 이우환 작가가 자신이 본 모든 작품이 진품임을 주장하며, “호흡이나 리듬, 채색을 쓰는 방법이 다 내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이우환 작가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한 번 더 밝혔죠. 그리고 그 후에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요. “작가가 진품이라는데, 진품이 맞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어요.
민간감정기관과 국과수를 통해 이미 날조된 작품이라고 한 이유는 세 가지가 있는데요. ①이우환 작가가 사용하지 않았던 유리가루 ②2005년 이후 생산된 캔버스 ③어색한 서명 이 세 가지예요. 저는 특히, 작가가 사용하지 않았던 유리가루를 통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내려 했고, 해당 작품 제작 이후에 제작된 캔버스를 사용한 점 이 두 가지가 명확한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위작 조직 두 곳을 위작조직 A와 위작조직 B로 지칭하면, 위작조직 A는 최소 55점, 위작조직 B는 최소 48점을 유통하여 최소 103점의 위작이 있다고 자백했어요. 이 중 40점은 경찰이 압수했지만, 60여 점은 행방이 묘연해요.
여기서 위작조직 B가 만든 위작들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매우 놀라웠는데요. 48점이 모두 인사동의 한 신생 화랑(다큐에는 K갤러리라고 등장해요.)을 통해 유통됐고, 그곳의 최대 고객은 국내 1등 갤러리인 ‘갤러리 현대’였어요. 규모도 크고 영향력도 큰 갤러리 현대는 K갤러리로부터 이우환의 70년대 후반 작품 <선으로부터>와 <점으로부터> 총 27점을 구매 혹은 위탁받았다고 해요. 갤러리현대가 개관한 이래 최대 규모의 거래였는데, 갤러리 현대에게 작품을 넘긴 K갤러리는 “통일교 관련인으로 주장한 ‘최회장’을 믿었다.”고 주장했고, 갤러리 현대는 “종교재단에서 나온 그림이라고 해서 믿었다. 작가가 자기 작품이 맞다고 해서 팔았는데, 결과적으로 위작법에게 속았다.”고 이야기했어요. 두 군데 모두 ‘피해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죠.(여기에 등장하는 ‘최회장’ 이야기와 이후 자세한 이야기는 다큐를 참고해주세요!)
다큐에는 이 이후에도 이우환 작가의 위작들이 어떤 경로로 유통, 판매되었는지가 드러나는데요. 그중 저에게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작품고유번호’ 이야기였어요. 작품고유번호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작가가 작품마다 고유한 번호를 매겨 작품의 구분을 돕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미 과거에 이우환 작가 작품의 작품고유번호 중복 관련 논란이 일었고, 작가는 실수로 겹칠 수 있다고 대응한 바 있어요. 그런데 <이우환 대 이우환> 취재진이 80점 정도의 작품이 작품고유번호가 겹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요. 이것들은 모두 작품번호가 공개된 것들을 바탕으로 조사된 것이라 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데요. 80점이라는 많은 작품고유번호가 겹치는 것으로 보아 많은 위작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어요.
약 한 시간가량의 프로그램이고,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온 사건이기에 모든 내용을 파랑 PICK!에 담지는 못했지만 <이우환 대 이우환>을 통해서 관련 이야기를 영상으로 직접 보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출처 | 서울경제, “우리는 왜 이우환에 열광하는가”, https://www.sedaily.com/NewsView/1ZBM7AQ3US
KBS 시사기획 창 <거장과 위작 논란 “이우환 대 이우환”>, https://youtu.be/0yy81X7fOSA
| 다른 위작 사건은?
가장 유명한 위작 사건 중 하나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을 소개해볼까 해요.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처음 공개되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포스터로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는데요. 한 사우나에 걸려있던 <미인도> 포스터를 천경자 화백의 지인이 보았고, 이후 실제로 포스터를 본 천경자 화백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며 <미인도> 위작 논란이 시작되었어요. 앞서 이야기했던 이우환 작가의 위작 논란과 같이 원본을 따라 그린 것이 아니라 ‘아예 그린 적이 없다’고 해서 더욱더 혼란이었죠.
국립현대미술관은 유통 경로를 제시하며 천경자 화백이 그린 것이 맞다고 주장했고, 화랑협회 감정위원회 감정 결과도 ‘진품’이었지만, 천경자 화백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다가 자신의 작품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후 미국으로 떠났어요. 그리고 2015년 10월, 천경자 화백이 타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위작 논란은 다시 주목을 받았어요.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은 여전히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고,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을 고소하기도 했어요. 이후에 검찰에서 미술전문가 안목감정, 과학감정 등을 동원하여 천경자 화백의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구현되어 있다고 판단했는데, 천경자 화백 유족 측에서 감정을 맡긴 프랑스 감정팀은 <미인도>가 진품일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고 해요. 이미 천경자 화백이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해요.
출처 | 네이버 포스트,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다시 한번 촘촘히 되짚어봤습니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2998574&memberNo=37451778&vType=VERTICAL
사실 저도 위작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편은 아니었는데요. 이번 파랑 PICK!을 준비하며 기사를 몇 개 찾아보니 이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혹은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것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위작 논란 기사를 볼 수 있었어요. 처음 위작과 모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한 바와 같이 희소성과 수익성을 노리고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작품과 작가 그리고 미술 시장을 위해 위작 논란, 위작 사건이 어서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어요.
위작 논란, 위작 사건, 그리고 판단 근거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추천해드려요!
* 네이버캐스트 – 미술품 복원∙위작 에피소드 <베르메르∙모네∙반고흐 위작 논란>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7798&cid=58862&categoryId=58871
* 네이버포스트 <보티첼리의 그림을 벌레 먹은 자국까지 위조했던 위조 미술가.>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794552&memberNo=32913615&vType=VERTICAL
* [백세희 변호사의 아트로] 어쩐지 너무 많더라니. 아무리 그래도 2834점 전부가 위작이었다니 https://blog.naver.com/allthat_art/22170052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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